연장전을 포함한 120분간의 혈투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들어간 피말리는 승부차기.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는 호아킨 산체스. 산체스는 뒤로 약간 물러난 후 볼로 대시하며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침착하게 볼을 응시하던 이운재가 몸을 옆으로 가볍게 날리며 툭 바깥으로 쳐냈다. 담대한 이운재가 믿었던 큰일을 해내는 순간이었고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가 그의 손에서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이운재(29수원 삼성)가 거미손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한국 축구를 세계 4강에 올려놓는 위업의 주인공이 됐다.
이운재는 이날 연장전까지의 혈투에서도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끊임없이 막아낸 데 이어 승부차기에서도 그의 진가를 발휘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잇따른 격전으로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던 전반. 한국팀의 전매 특허인 미드필드에서의 압박은 위력을 잃었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수비조직력도 흔들렸다. 개인기를 앞세운 스페인 선수들은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한국 골문에는 이운재가 있었다.
전반 28분 데 페드로의 프리킥에 이은 모리엔테스의 헤딩슛은 오른쪽 골문 구석을 향했지만 미리 방향을 읽은 이운재가 막아냈다. 전반 37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데 페드로가 날린 대포알 같은 강슛을 펀칭으로 쳐냈다.
평소 골문을 잘 벗어나지 않는 이운재지만 이날은 수비진의 몸놀림이 무겁다는 것을 알고 수비 범위를 넓혀 최종수비수 역할까지 겸했다.수문장 자리를 놓고 김병지와 치열한 주전 다툼을 벌였던 이운재는 월드컵 개막이 가까워 지면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 주전을 꿰찼다. 16강전까지 4경기를 2실점으로 막는 활약을 펼치고도 탄탄한 수비진에 가려 저평가됐던 이운재는 이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이며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우뚝 섰다.
황진영 budd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