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둘째골땐 심장박동 슛한선수와비슷

Posted June. 06, 2002 00:39,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네거리는 축구팬들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10만여명의 인파가 한국-폴란드전을 대형 전광판으로 지켜보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그 순간 이들의 흥분상태는 어느 정도였을까. 이런 흥분상태가 신체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날 저녁 세종로를 찾은 나성재(34기업은행 대리) 정미정씨(32) 부부에게 휴대용 심장박동측정기를 달게 하고 심장박동의 변화추이를 관찰했다.

나씨는 직장 축구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축구광.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 정씨는 마지못해 남편을 따라나섰다. 나씨가 대한민국을 연호하자 정씨는 16강 진출하면 세금이라도 깎아주나?라며 뾰로통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냉전도 잠시. 전반 26분. 황선홍의 멋진 발리슛이 터지자 나씨는 붉은 악마들과 함께 펄쩍 펄쩍 뛰었고 정씨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이 순간 나씨의 심박수는 분당 175회, 정씨는 150회를 기록했다. 평균 심박수는 나씨가 64회, 정씨가 74회. 나씨는 평소보다 2.73배, 정씨는 2.03배 빨라진 것이다.

한국팀이 실점 위기를 맞거나 태극전사의 슛이 폴란드팀의 골문을 빗나가는 안타까운 순간에도 나씨 부부의 심박수는 100회를 넘었다. 휴식시간에 응원을 할 때도 나씨의 심박수는 170회까지 상승했다. 아내 정씨는 첫 골 때보다 높은 155회.

후반 8분. 유상철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세종로가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첫 승이 눈앞에 보이자 나씨의 심박수는 175회를 넘었고 정씨는 160회를 기록해 격렬한 흥분 상태에 빠졌다.

드디어 경기가 끝났다. 수만명 인파가 코리아 이겼다를 연호했다. 나씨와 정씨도 얼싸안고 하나가 됐다. 이 순간 부부의 심박수는 각각 178회, 161회의 극한치를 기록하며 이날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오후 11시경 자리를 뜨면서 나씨는 10년 묵은 스트레스가 완전히 풀리네하며 담배를 물었다. 부인 정씨는 담배 줄이기로 했잖아. 이겨도 피우는 거야?하면서 남편의 팔짱을 꼈다. 이 때 나씨 부부의 심박수는 서서히 100회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씨 부부는 전후반 90여분 동안 모두 143회나 대한민국을 외쳤다.



김성규 이승재 kimsk@donga.com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