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 민국!
한국대표팀의 마무리훈련이 시작된 29일 경북 경주 시민운동장의 스탠드 한쪽에선 마치 참새가 짹짹거리듯 앳된 목소리의 합창이 터져 나왔다. 100여명의 유치원생들이 단체로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것.
미래의 꿈나무들을 이끌고 온 경주시 호성유치원의 박지은 선생님은 월드컵대표팀이 경주에 내려왔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이 선수들을 한 번 보기를 원해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유치원생들은 붉은 악마가 하는 것처럼 제법 박자를 맞춰가며 손뼉을 치고 뙤약볕 아래에서 대한 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대표팀 선수들은 볼을 멈추고 흐뭇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이 국민의 지나친 기대감과 응원에 너무 고무돼 있는 것이다고 했지만 이런 꼬마들까지 나선 거국적인 성원이 본선경기에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하루 동안의 달콤한 휴식을 끝낸 선수들은 이날 한결 발걸음이 가벼운 듯 활기차게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히딩크 감독은 훈련시작 전 경주시 관계자들로부터 16강 기원 대형 사인볼과 경주시의 상징인 모형금관을 선물받은 뒤 남은 기간 훈련을 잘 마무리짓고 좋은 경기를 벌여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고 답사를 했다.
이날 훈련에선 이제까지 소화했던 연습 과정을 반복하며 가볍게 몸을 푸는 데 주안점을 뒀다. 러닝과 스트레칭, 릴레이 달리기 등을 끝낸 뒤엔 운동장의 반을 사이에 두고 선수들이 각각 나뉘어 다른 훈련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미드필더와 공격진은 하프라인부터 서너번의 패스로 상대골문을 공략하는 공격루트개발 훈련을 중점적으로 실시. 황선홍을 사이에 두고 설기현과 박지성이 좌우윙, 이영표와 유상철이 미드필더로 나가는 A조, 이천수-안정환-최태욱이 공격진에 포진하고 김남일이 후방에서 패스를 찔러주는 역할을 하는 B조로 나뉘어 빠른 패스워크로 적진을 뚫는 연습을 반복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히딩크 감독은 중간 중간에 큰 소리로 선수들에게 주문사항을 전달.
반대편 골문쪽에선 6 대 6 미니게임이 벌어졌다. 최용수-윤정환-최성용-최진철-현영민-김병지가 노란색 조끼를 입었고, 차두리-최태욱-송종국-이민성-여효진-이운재가 흰색 유니폼의 한 조. 빨간색 조끼의 이을용은 양팀 공격진에 모두 가담하는 리베로 역할을 맡았다. 운동장의 반만 사용한 선수들은 짧은 패스뿐만 아니라 과감한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을 연출.
한편 그라운드 밖에선 독일과 스페인 취재진이 한국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훈련이 모두 끝난 뒤 히딩크 감독은 몇달 동안 쉬는 날도 거의 없이 강도 높은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남은 기간엔 가볍게 하되 집중력을 높이는 트레이닝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기장에 나오지 않고 숙소에 머문 홍명보의 발목부상 상태에 대해선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아 훈련에 참가시키지 않았다.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 명문 PSV 아인트호벤의 감독 영입설과 관련해서는 아직 e메일을 체크하지 않았다고 농담한 뒤 월드컵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축구전문 사이트인 데일리사커는 아인트호벤 구단주가 월드컵 이후 차기 사령탑으로 히딩크 감독을 점찍어 놓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김상수 sso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