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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대통령-지네딘 지단

Posted May. 01, 2002 10:12,   

1998년 7월14일. 제16회 프랑스월드컵 우승 다음날 알제리 이민자의 아들 지네딘 지단이 프랑스축구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파리 시내에 입성, 퍼레이드에 나서자 콧대높기로 소문난 파리장들도 지주(Z1zou지단의 애칭)를 대통령으로라고 외치며 넘치는 애정을 표현했다. 프랑스인들이 지단에 열광하는 것은 지단이야말로 개인의 권리침해에 철저히 저항하는 프랑스인의 기질을 극적으로 표현해주는 표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유색인생의 한계를 딛고 프랑스 예술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선 지단. 올해 29세에 불과하지만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마에스트로(대가)란 존칭이 따라붙는다. 아무리 재능을 일찍 꽃피우는 스포츠 세계지만 흔치 않은 일. 하지만 최고의 칭호에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그의 실력은 농익었다.

이런 의미에서 2002월드컵은 지단에게 프랑스의 자랑에서 세계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다.

최대 경쟁자는 브라질 축구를 대표하는 신 축구황제 호나우두. 21세기 축구 황제자리를 놓고 각축할 지단과 호나우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두 번씩 수상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호나우두와는 달리 지단은 프랑스에 이미 월드컵 우승컵을 안겼다. 또 호나우두가 부상에 시달리며 부침이 심했던 반면 지단은 부상과는 담을 쌓을 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점에서 지단의 가능성은 한결 높다.

지단의 플레이는 화끈하다. 상대팀 수비수 3,4명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치는 드리블과 전광석화같은 원터치 패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그라운드 밖에서의 겸손함과는 달리 그라운드에 서면 한마리 야생마로 돌변한다. 자신의 플레이에 걸림돌이 된다면 거친 몸싸움도 마다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파울을 했다 지단에게 머리로 떠받힌 선수도 있을 정도. 98프랑스월드컵 4강전에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한 것도 그의 이런 기질탓으로 어릴적부터 경찰관을 꿈꿨을 만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축구문화에는 화려한 브라질식이 있었고 유고를 대표로 한 동유럽의 힘있는 문화가 있었다. 이제는 프랑스의 매끄러운 문화가 있다. 지단과 같이 단번에 경기흐름을 엎어버릴 수 있는.(카메룬 대표선수 옹구에네)

프랑스는 하나의 집단이 되어 상대팀을 압도한다. 문제는 지단을 중심으로 하는 그들이 상대팀에 압박을 가해올 때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트루시에 일본 감독)

세계가 두려워하고 있는 지단의 파괴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임은 분명하다.



김상호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