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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히드 비상사태 선포설.. 정국혼미

Posted May. 31, 2001 09:29,   

인도네시아 의회가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강행을 결의한 가운데 와히드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계획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신문 데틱뉴스는 31일 와히드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다음 주 비상사태를 선포해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데틱뉴스는 30일 밤 와히드 대통령을 면담한 국립 인도네시아대탐린 아말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AFP통신도 와히드 대통령이 의회의 국민협의회(MPR) 소집 요구가 결의된 30일 밤 비상사태를 선포하려다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안보장관을 비롯한 핵심 각료와 군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와히드 대통령이 비상사태 선포를 통한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 세력은 국민협의회 소집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제2당인 골카르당 당수 악바르 탄중 하원의장과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은 31일 와히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해 탄핵 절차를 저지하려 할 경우 일정을 당겨 2주 내로 총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탄중 의장은 특별총회 소집안이 통과됐지만 대통령은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중대한 조치를 취할 기회를 갖고 있다고 밝혀 여전히 정치적인 타협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의회는 이날 라이스 의장에게 와히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의회의 특별총회 소집 요구서를 공식 발송했다. 총회가 소집되면 와히드 대통령은 의원들 앞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해명해야 하며 의원들은 표결을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부결될 경우 와히드 대통령은 해임된다.

한편 와히드 대통령의 고향인 동부 자바에서는 이날 2만여명의 와히드 지지자가 지역별로 집회를 갖고 의회의 결의를 비난했다. 동부 자바의 보조네고로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의회는 악마 혁명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 행진을 벌였다.

전날 경찰과 충돌해 시위대 1명이 사망한 동부 자바의 파수루안과 바뉴왕기 등에는 정부 기관과 야당 사무실 등 주요 시설마다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폈다. 경찰은 동부 자바에 1급 경계령을 발령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도 이날 수천명의 와히드 지지자가 시내 중심부에 있는 모나스 광장에 모여 의사당 앞까지 가두 시위를 벌였다.

유도요노 안보장관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선동행위 자제를 당부하며 시위대가 파괴행위를 일삼을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홍성철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