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스페인 ‘아마조네스 내각’... 장관 17명중 11명이 여성

스페인 ‘아마조네스 내각’... 장관 17명중 11명이 여성

Posted June. 08, 2018 08:47,   

Updated June. 08, 2018 08:47

日本語

 부총리, 경제, 국방, 법무, 산업통상, 교육, 노동….

 새로 출범한 스페인 사회당 내각에서 여성 장관이 임명된 부서들이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페드로 산체스 신임 총리는 6일(현지 시간) 장관직 17개 중 11개에 여성을 발탁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주요 부처 장관에 과감하게 여성 인재들을 기용해 양은 물론이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여성 파워 내각이 탄생했다.

 이번 스페인 내각은 유리 천장을 깨는 수준이 아니라 여성이 주류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5년 캐나다, 지난해 프랑스 등에서 현실화된 남녀 장관 동수 내각을 뛰어넘는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 내각의 여성 비율이 64.7%로 남성을 압도한다. 6년간 집권한 전임 국민당 마리아노 라호이 정부 시절 내각에 여성 비율이 가장 많았던 때가 36.5%였던 것에 비하면 여성 장관 비중이 크게 늘었다. 스페인 역사상 최고 수치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봐도 현재 가장 높은 비율이다. 국제의회연맹(IPU)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여성이 내각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는 6개국으로, 당시 프랑스 불가리아 니카라과가 52.9%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각에서 여성 장관들이 맡은 부처를 보면 파격 인사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그동안 각국에서 여성이 장관을 차지하는 부처는 여성, 환경, 가족 등 사회 관련 분야에 치중돼 있었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186개국 중 환경장관은 절반이 넘는 108개국에서 여성이 맡았다. 가족(어린이, 청년 관련 부처 포함·98개국) 여성(68개국) 교육(67개국) 등도 여성 장관이 많은 부처에 속했다. 그러나 법무(38개국) 내무(34개국) 경제(19개국) 국방(15개국)은 여성 장관이 적었다. 이 때문에 여성계에서는 국가를 운영하는 핵심 부처 고위직은 남성이 차지하고 여성 장관은 구색 맞추기용으로 임명된다는 불만이 컸다.

 이번에 스페인 산체스 내각은 그 편견을 깨고 경제 법무 국방부 장관 자리에 과감하게 여성을 발탁했다. 경제장관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차관급 여성 관료인 나디아 칼비노 예산담당 총국장을 지명했고, 법무장관에는 이슬람국가(IS)와의 대테러전쟁을 주도했던 돌로레스 델가도 대테러담당 검사장을 발탁했다. 또한 서열 2위인 부총리가 양성평등장관을 겸임하도록 한 것은 양성평등을 중시하겠다는 총리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문화장관 출신 여성 헌법학자 카르멘 칼보가 중책을 맡았다.

 스페인의 파격 내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유럽 등 선진국들의 내각 구성에서 여성의 지위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여성 국방장관을 가져 본 나라는 10개국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여성 국방장관이 잇달아 탄생하면서 장관직과 관련한 ‘금녀 구역’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여성장관 비율이 4명 중 한 명 이상인 국가는 28개국(2017년 49개국)에 불과했고 여성 국방장관은 186개국 중 6개국뿐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진보다.

 산체스 총리는 6일 펠리페 4세 국왕과 만나 내각 구성을 완료한 뒤 총리 집무실에서 내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새 내각은 남녀 평등을 지지하고 전 세대를 넘나들며 세계에 개방적인 인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페인은 500만 명의 여성이 거리로 나와 남녀 불평등과 여성 폭력 해소를 외친 올해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 전과 후로 나뉜다”며 “그날 표출된 변화 욕구를 충실히 반영한 인사”라고 자평했다.

 BBC는 “소수 내각의 어려움을 사회 통합의 가치로 돌파하려는 시도”라며 “환경장관에 기후변화협약 협상가를 임명하는 등 당내뿐 아니라 당 밖에서도 두루 인재를 찾은 인사”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