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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가신(家臣)’ 자처하는 친박, 국민의 심판 두렵지 않나

대통령 ‘가신(家臣)’ 자처하는 친박, 국민의 심판 두렵지 않나

Posted December. 13, 2016 08:30,   

Updated December. 13, 201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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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정 원내대표는 긴급 브리핑에서 “보수정치의 본령은 책임지는 자세”라며 “계파를 떠나 국가적 대의를 좇는 책임 있는 공인의 자세를 견지해 달라”고 말했다. 비박(비박근혜)계의 퇴진 요구를 무시하는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를 사실상 겨냥한 것이다.

 실제로 친박 이장우 최고위원은 어제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박계의 김무성, 유승민 의원에 대해 “부모형제 내친 패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집 대들보까지 뽑겠다는 것”이라며 당을 함께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을 농단한 박 대통령에 대해 헌법에 따라 탄핵소추 절차를 진행한 것을 인륜을 저버린 행위로 모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친박이 국가적 대의보다 박 대통령과의 사사로운 의리를 중시하는 것도 공인의 자세라고 할 수 없지만, 정당이 박 대통령의 사당(私黨)’을 넘어 부모-자식 관계로 보는 것도 전근대적 가신(家臣)관이다. 이런 수구적 사고방식을 지닌 친박계가 박 대통령을 제왕처럼 떠받드니 권력의 남용과 일탈을 견제하지 못했다.

 친박계는 오늘 ‘혁신과 통합연합’이라는 계파 모임을 출범시킨다. 비주류가 주도하는 비상시국회의에 대한 맞불로 보이나 앞날은 뻔하다. 정권 재창출은 포기한 채 박 대통령 지지인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정치적 기득권 유지를 위한 ‘TK 자민련’이 되려는 모양이다.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 보수의 가치라고 여기는 집단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들 ‘얼굴 마담’이 되어줄지 의문이다. 그래도 친박이 국록을 먹는 정치인이라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폐족(廢族)’으로 자숙하는 것이 도리에 맞을 것이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가 어제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수위를 논의한 것도 성난 민심을 의식했기 때문 아닌가.

 박 대통령이 보여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치기 위해 여야는 어제 국회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이 약 500억원의 당 자금이나 보수 정당의 정통성 계승을 차지하려고 친박과 비박이 서로 “네가 나가라”고 삿대질할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성공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경제와 안보를 걱정하는 보수층은 지금 마음 둘 곳이 없다.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보수 정당의 모습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친박과 비박이 도저히 한 집에서 동거하기 어렵다면 ‘각방 살이’를 할 것이 아니라 아예 딴 살림을 차리고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도 합리적이다. 정치인은 가고 오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보수의 가치를 굳게 지키는 정당은 필요하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