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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 불출석, 유일호 맹탕 답변… 변죽만 울린 청문회

홍기택 불출석, 유일호 맹탕 답변… 변죽만 울린 청문회

Posted September. 09, 2016 08:32,   

Updated September. 09, 201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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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서별관 청문회)’에 어제 첫날부터 주요 증인이 대거 불참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구조조정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이지만 “지난해 4조2000억 원의 혈세 지원은 청와대 결정이고 산업은행은 들러리”라고 폭로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사유도 알리지 않고 불출석했다. 남상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구속 수감 중’이라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주도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당시 경제부총리)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이 애초부터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아 과연 국회가 진실을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도 지원을 한 것 아니냐는 핵심 의혹에 대해 “분식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맞지만 그 당시의 판단은 그러한 정도로 해야만 되겠다는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나쁜 기업일 가능성이 있지만 확신이 없어 혈세를 줬다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다. 

 청문회 증인으로 나오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지만 검찰 고발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홍 전 회장이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면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것이다. 조경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홍 회장의 소재 파악이 안 될 뿐더러 국회법상 동행명령 대상도 아니라고 했지만 그렇게 유야무야할 일이 아니다. 친박(친박근혜) 낙하산인 홍 전 회장은 산은 총재에 이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까지 꿰찼다가 불과 4개월 만에 사실상 쫓겨나 나라 망신을 시켰다. 여당이 친박 인사를 감싼다는 의혹을 사지 않으려면 홍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최경환 의원은 7일 페이스북 글에서 “포퓰리즘적 문화가 관료의 유능함을 감추어 버리는 게 문제”라고 했지만 청문회장의 관료들은 유능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진해운에서 화주와 운송계획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했다. 물류대란의 원인을 기업 탓으로 돌리기 전에 기업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된 현실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것 아닌가. 기존 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의 청문회 보고서는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다.

 청문회 마지막 날인 오늘 강만수 전 경제부총리,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 이창하 전 대우조선해양 관리총괄전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등이 출석한다. 여야 의원들은 치밀한 질문을 통해 대우조선을 뜯어먹은 먹이사슬과 물류대란의 실체에 다가서기 바란다. 국민이 청문회에 기대하는 것은 호통이 아니라 진실 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