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미국의 KFX 기술이전 거부, 한미동맹 이상신호 아니가

미국의 KFX 기술이전 거부, 한미동맹 이상신호 아니가

Posted November. 25, 2015 07:43,   

日本語

미국이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에 필수적인 4개 핵심기술의 이전을 거부한 데 이어 당초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던 21개 기술항목의 이전까지 미룬다고 한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중 미국 정부의 기술이전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미국 측에서 21개 기술을 세분화해 협의하자고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정부가 21개 항목 중 쌍발엔진의 체계통합기술과 세미스텔스 기술 등 3건의 이전 승인을 거부한다고 방사청에 통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2025년까지 우리 기술로 KFX 개발한다는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핵심기술 이전 실패로 물의를 일으킨 방사청이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직접 보고 뒤 면죄부 받은 일이 무색하게 될 판이다.

그런데도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어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간 KFX사업을 맡아 책임지고 하라면 하겠다며 개발을 장담했다. 미국이 거부한 능동위상배열(AESA)레이더 등의 핵심장비는 한국이 자력 개발할 수 있고 이를 항공기에 탑재, 운용하는 체계통합기술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 기술로 국산 항공기를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부수효과를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장 청장 식으로 낙관만 하다가 기술 개발도 못하고 쌍발엔진 체계통합 기술의 이전마저 무산될 경우 한국은 아예 초기 설계부터 못하게 되는 난관에 처할 공산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KFX사업에 대해 의문이 나지 않게 정확하게 국민에게 설명하라고 질타했음에도 방사청이 또 다시 거짓 해명으로 난처한 상황만 모면하려 해선 안 된다.

미국이 기술 이전에 난색을 표명하는 이유를 우리 정부가 정확히 파악해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한국이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개발한 이후 미국이 우리를 항공산업의 경쟁대상으로 간주해 견제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이 최근 중국으로 급속히 기우는 데 미국이 한국 길들이기 차원에서 제동을 건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단순한 군사협력을 넘어 총체적인 한미관계의 틀에서 진단해야 정확한 처방이 나올 수 있다.

KFX의 핵심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방미를 수행했던 한민구 국방장관은 협조를 요청했지만 퇴박 당했다. 사실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노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KFX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영공 방어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그 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어쩌면 한미동맹의 약화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