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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13 국정원 개혁, 공수만 바뀌었다

Posted September. 09, 2013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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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을 폐지하고 대신 해외정보처 설립을 추진한다. 신설되는 해외정보처는 수사권 없이 대북 정보 기능과 대테러 및 해외 정보 수집 기능만 갖게 된다.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

민주당의 주장이 아니다.

2003년 5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추진 기획단의 회의 결과다. 앞서 한나라당은 같은 해 4월 30일 의원총회를 통해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추진을 의결한 뒤 당내에 추진기획단을 설립했다. 2003년 9월 정기국회에서 해외정보처 설립 법안 처리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마련했다.

한나라당이 당시 검토했던 국정원 개혁 구상은 국정원의 해외 정보 수집 기능 강화 국정원 수사권 폐지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예산통제권 강화 등이었다. 국정원의 명칭도 해외정보처로 바꾸기로 했다.

2003년 국정원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논쟁은 2013년 국회의 모습과 꼭 닮아있다. 요즘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폐지 및 통일해외정보원 설립과 자구만 조금 다를 뿐 내용은 10년 전 한나라당의 국정원 개혁안과 대동소이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격과 방어의 포지션만 바뀌었을 뿐 지금도 야당은 국정원 폐지 또는 축소를 주장하고 여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가정보기관의 대선 개입 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선진국 정상들로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배워 오면 우리 정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정원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논쟁은 정치권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여야는 과거 자신의 집권 기간에 국정원을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를 위해 적극 동원한 경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국정원장과 기조실장 등 국정원 주요 보직을 대통령 측근이나 심복으로 임명해 국정원의 돈과 정보를 장악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국정원 개혁을 주장했다가 집권하고 난 뒤 자신들이 편리한 게 있으니까 개혁을 흐지부지 넘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정원은 과거 군사정권 때뿐 아니라 집권세력이 바뀐 뒤에도 은밀히 국내 정치에 개입해 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2002년 불법감청(도청) 조직 미림팀을 운영해 정치인 등 1800명의 통화 내용을 도청했다. 이 같은 사실은 2005년 국정원 도청 사실이 터지면서 공개됐다. 지난해 대선 때도 국정원이 불법 댓글을 달아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소됐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어쩌면 지금 정치권은 모두 국정원 개혁을 논할 자격이 없을 수 있다며 과거 여야 모두 국정원을 정권 장악과 정치에 동원하며 활용한 것이 명백한 사실인 데다 마치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서로 아무런 책임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정원은 그 출발부터 국내 정치 개입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라며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식견을 갖고 있는가와 더불어 국정원 임무에 충실한 사람을 국정원장에 임명했는지 등의 사람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