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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비틀 술취한 수학여행 버스들 아이들이 위험하다 (일)

비틀비틀 술취한 수학여행 버스들 아이들이 위험하다 (일)

Posted September. 19, 201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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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태운 통학버스 운전사가 술을 마신 것 같으니까 빨리 출동해 주세요!

13일 오후 11시경 경찰에 이 같은 전화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광진구의 한 고등학교 통학버스 운전사가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고 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출동한 경찰이 달리던 버스를 멈춰 세웠을 때 안에는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 20여 명이 타고 있었다.

버스 운전사 A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7%. 면허 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음주 운전 버스를 1km가량 타고 온 학생들은 놀라 황급히 다른 버스와 지하철로 갈아타야했다. 하지만 A 씨는 점심 먹으면서 소주 한두 잔 마셨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0.07%면 불과 몇 시간 전 소주 반 병 이상은 마신 것이라며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초중고교생의 수학여행이나 통학을 담당하는 버스 운전사 일부의 안전불감증과 학교, 경찰 등의 부실 관리로 학생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금처럼 손놓고 있다가는 현장학습과 수학여행이 몰려 있는 910월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4월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서 현장학습을 떠나는 학생 40여 명을 태운 버스 운전사 황모 씨(39)가 혈중 알코올 농도 0.071% 상태로 버스를 몰다 경찰에 적발됐고, 6월 금천구 시흥동에서 적발된 수학여행 차량 운전사 김모 씨(48)도 혈중 알코올 농도 0.062% 상태였다.

사설 학원이나 유치원 승합차도 학생 안전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다. 1월 설 연휴가 끝나고 학원에 갔던 김모 양(7)은 혼자 차에서 내리다 넘어졌지만 운전자는 이를 모른 채 그대로 출발했다. 김 양은 승합차에 깔려 숨졌다. 운전자는 이 학원 원장이었다. 어린이통학버스에는 보육교사가 반드시 동승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해 발생한 사고였다.

도로교통법상 13세 미만 어린이를 태운 통학버스는 어린이통학버스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한 뒤 보육교사가 동승하고 운전사가 직접 승하차문을 열고 닫아 주며 승하차를 도와주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규정을 잘 지키지 않다 보니 통학버스 관련 사고는 해마다 200400여 건에 이르고 있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한 해 10명이 넘는다.

관광버스업체의 노후차량 끼워 넣기도 학생의 안전을 위협한다. 대부분의 학교가 버스를 직접 점검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관광버스업체가 신형 버스 배차를 약속한 뒤 출발 당일 노후 차량을 제공하거나 무보험이나 무면허 등 부적격 운전사를 배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교육청별로 35년 이내의 버스만 이용하라는 지침을 각급 학교에 주고 있지만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5월 광주에서는 학교 측이 체험학습 출발 전 버스를 점검한 결과 출고 5년 이내 차량 제공이란 계약과 달리 9대 중 5대가 노후 차량이었고 안전벨트 불량도 다수 발견돼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이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실제 적발되는 경우는 적다. 경찰은 음주단속 시 버스는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해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버스처럼 사업용 차량은 생계가 걸린 문제기 때문에 음주운전 확률이 낮다고 보고 10대 중 1대 정도만 음주 측정을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경찰은 수학여행 시즌을 맞아 대형버스 운전사에 대한 안전교육과 음주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학교 측에서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 출발 전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요청할 때에만 한정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어린이통학버스도 보육교사 동승 없이 사고가 나면 가중처벌을 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치긴 마찬가지다. 계명대 교통학과 박용진 교수는 학교가 버스를 빌릴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음주나 무면허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버스회사 영업을 정지시키는 등 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동일 박승헌 dong@donga.com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