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벼랑에서 축구하지 말라

북한 도발과 관련한 중국 정부와 언론의 한국 비판이 도를 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중국의) 권고를 듣지 않으면 (중국도) 수단이 있다며 공공연히 협박하는가 하면 중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은 전혀 문제 삼지 않은 채 이를 억제하기 위한 한국 측의 군사훈련만 긴장을 조성하는 도발적 행위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중국, 권고 안 들으면 수단 있다 협박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국제판 자매지 환추()시보는 23일자 사설에서 중국은 한국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은 뭔가에 취한 것 같다며 권고를 끝내 듣지 않으면 뭔가 방법을 바꿔 서울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신문은 이날 벼랑을 축구장으로 여기지 말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20일 한국의 실탄 훈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응하지 않아 그나마 안정을 찾으려는데 다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해 마치 벼랑에서 축구를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합동훈련은 평화 시에 육지에서 벌이는 훈련으로는 최대 규모로 38선에서 불과 30km 떨어진 곳에서 진행된다며 한국은 현재 마치 애국주의에 취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은 북한을 자극해 끝내 반격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냐고 억지 주장을 펴기도 했다.

러위청() 외교부 정책기획국장은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등을 위해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협의를 제의한 데 대해 일부에서 외교적 쇼라고 폄하하지만 한국의 군사훈련 쇼보다 훨씬 낫다고 원색적으로 훈련을 비난했다.

다만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 2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한반도 사태가 군사충돌로 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낮거나(12명) 불가능(3명)이 많았고 가능성이 크다(5명)는 대답은 많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도를 넘어서는 북한 감싸기

환추시보는 또 사설에서 한국은 최근 (연평도 포격 등으로) 혼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휴전선에서 선전 방송을 하고 연이어 미국과 훈련을 벌이는 것은 북한을 분개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은 미중일 대국 사이에 끼여 강경태도를 숭배하게 되었다며 중국이 한국 편을 들어 북한을 압박하라는 비이성적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군과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서로 영토 갈등이 있는 지역에서 상호 교전 중에 발생한 일이라고 규정하며 마치 전시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치부했다.

추이톈카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0일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누구도 갈등과 전쟁을 부추길 권리가 없다고 밝혀 한국의 군사훈련만 문제 삼았다. 환구시보도 20일 남한의 연평도 실탄 훈련에 북한이 반격하지 않는 등 절제를 보여줘 이미지도 바뀌었다고 찬양하며 한국은 자신이 도발자의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비꼬았다.

한미동맹 약화도 노려

신화()통신은 22일 미국이 한국군의 연평도 실탄 훈련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양국을 이간질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 통신은 미국이 한국과 군사 외교 관계를 강화하며 한국을 위하는 듯한 각종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자국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2008년 이후의 쇠고기 파동과 최근 한반도 긴장 등 미국을 추종함으로써 손해도 보지 않았느냐고 부추기기도 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