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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캠핑카에서 늦가을 속살을 훔쳤다

Posted November. 16, 200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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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저녁 충남 당진군 석문면 석문방조제 야영장. 쌀쌀한 바닷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다. 하지만 김윤식(65), 이순자(62) 씨 부부는 바닷가 풍광을 즐기며 하룻밤을 지낼 채비를 했다. 캠핑카는 잦은 야영의 든든한 동반자였다.

캠핑카 안에 들어가면 찬 바닷바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차 안에 있는 가스레인지로 물을 끓여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즐기는 늦가을 바다풍경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코리아 캠핑카 동호회 회장인 김 씨는 정기모임(1011일)에 하루 앞서 이 야영장을 찾았다. 몇 명이 김 씨와 동행했다.

매달 한 번씩 야영생활을 소개하는 1년 열두 달 자, 떠나자. 오토캠핑(본보 10월 26일 my Weekend 1면 참조)은 캠핑카 야영지를 찾았다.

자연 찾아 이동하는 신유목

김 씨 부부는 4년 전부터 캠핑 트레일러를 이용해 야영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텐트를 이용해 오랫동안 야영 생활을 했다. 김 씨는 은퇴 이후 야영이 잦아지면서 트레일러를 구입했다.

텐트를 쳤다 걷었다 할 필요 없이 야영장에 차를 세우기만 하면 야영 준비의 절반은 끝나죠. 텐트를 이용할 때보다 기동성이 훨씬 좋아졌어요.

김 씨는 이 때문인지 더욱 야영 생활을 즐기게 됐다. 지난달에는 집에서 머문 시간이 1주일에 불과할 정도로 곳곳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13일 경남 밀양에서 캠핑카 동호회 정기모임을 한 후 마음이 맞는 다른 부부와 함께 11박 12일의 여행길에 나섰다. 울산의 간절곶, 포항의 호미곶, 청송의 주왕산과 주산지 등 풍광이 좋은 명승지를 쉬엄쉬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일행 가운데 바쁜 일이 있는 사람은 일정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일상생활을 하다 시간이 생긴 사람은 뒤늦게 여행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김 씨는 숙박비 걱정 없이 언제라도 떠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도 편의를 추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캠핑카는 대부분 싱크대와 화장실, 샤워부스, 침실 등을 갖추고 있다.

축구경기 중계로 잘 알려진 SBS 송재익(65) 아나운서도 캠핑 애호가다. 충남 서천군 춘장대해수욕장에서 전날 야영을 하고 석문방조제 야영장을 찾았다.

송 씨는 풍광도 좋고 지자체가 잘 관리해 백사장도 너무나 깨끗했다며 춘장대해수욕장을 찾아볼 것을 주변에 권했다. 그는 축구중계를 위해 지방 출장을 갈 때도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다닌다. 아내와 함께 며칠 일찍 출발해서 풍광 좋은 바닷가에게 야영을 하면서 목적지까지 찾아간다.

캠핑카를 활용한 야영

6년째 오토캠핑을 즐기고 있는 최윤오(52) 씨는 버스 크기의 캠핑카를 이용하다가 트레일러로 바꿨다. 캠핑카가 크면 편의시설이 많아 편리하지만 목욕탕이나 관광지 등지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캠핑카족은 야영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차 안의 물통에 물을 채운다. 한번 채우면 설거지와 화장실용으로 34일은 충분히 쓴다. 전기는 축전지를 이용하거나 발전기를 사용한다. 오토캠핑을 즐기는 이들은 전기 콘센트를 갖춘 야영장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많이 생기기를 기대하고 있다. 난방은 가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많다.

동호회 회장 김 씨는 꼭 필요한 전기만 사용하면 축전지를 이용해도 23일은 거뜬히 버틸 수 있다면서 동호인들은 돈을 내지 않고 화장실이나 가로등에서 전기를 끌어서는 얌체 행위를 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핑 트레일러를 구입한 지 3주일 됐다는 이경봉(48) 씨는 10여 년 전 미국 여행길에서 처음 본 캠핑카를 마음속에 두고 있다가 이번에 구입했다며 웃었다.

이 씨는 차를 개조해 만든 일체형 캠핑카는 5000만6000만 원대지만 트레일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기 때문에 2500만 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750kg 이하인 트레일러는 2종 보통 운전면허로도 운행이 가능하다. 다만 차체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후진할 때 주의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정도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이날 정기 모임에 일찍 참여한 5개 팀은 모두 트레일러 방식의 캠핑카였다. 트레일러를 끌려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필요하다.

아파트 거주자에게는 차량을 보관하는 장소가 고민이다. 캠핑카는 높이 때문에 웬만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이 씨는 캠핑카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입업체에서 차량을 구입해 고민을 해결했다. 경기 의왕시에 살면서 캠핑 트레일러는 용인시에 있는 주차장에 보관한다.

이들이 돈과 시간 등 정성을 들여야 하는 캠핑카 야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과도 자주 야영한다는 조성순(47)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점 때문에 주말에 캠핑카를 타고 나올 때마다 즐겁다. 야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는 집과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또 한번 기쁘다.



허진석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