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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정부기관장이 표절 기고

Posted January. 31, 20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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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칼럼과 비슷한 원고가 다른 신문에 실렸다는 전화를 29일 받았다. 모 경제신문의 과학화폐라는 에세이였다.

이 글은 유명 과학자의 초상화가 들어간 외국 화폐를 소개하면서 1만 원짜리 새 화폐 뒷면에 조선시대 천문관측기구 혼천의 그림이 들어갔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어떤 내용인가=문제의 에세이는 모 경제신문 26일자 A35면에 게재됐다. 앞부분이 본보 과학세상의 새 화폐에 과학자 얼굴 올리자(2006년 12월 27일자 A35면)와 똑같았다.

본보 칼럼의 11번째 문장인 유럽의 많은 국가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데 과학자의 공이 컸음을 느끼고 이들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화폐에 과학자 얼굴을 넣었다와 일치한다.

국가가를 국가들은으로, 느끼고를 인정하고로 바꿨을 뿐이다. 에세이의 첫 5개 문장을 이렇게 본보에서 통째로 옮겼다.

이어 중앙일보 박석재의 천문학 이야기 칼럼에서 5개 문장(2006년 9월 9일자), 연합뉴스 기사에서 2개 문장(2007년 1월 18일자), 국정홍보처 포털인 국정 브리핑의 전문가 기고에서 7개 문장(2004년 11월 9일자)을 순서대로 베꼈다.

원고를 대조해 봤더니 에세이의 23개 문장 가운데 20개 문장이 본보를 비롯한 다른 매체의 글과 대부분 같았다. 다른 매체 원고에 없는 표현은 3개 문장이다. 분량으로는 1300여 자짜리 원고 중 130여 자뿐이다.

게재 경위=에세이는 유희열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장관급사진) 이름으로 돼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4일 이 연구회 이사장에 취임하기 23일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초고를 만들었다.

그는 평가원 A 팀장에게 초고를 프린트해서 건네주며 다듬으라고 지시했다. A 팀장은 초고 앞에 동아일보 칼럼 몇 문장을 넣었을 뿐 나머지가 다른 매체의 내용과 같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고 앞부분을 직접 썼다. 뒷부분은 천문 관련해서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참고했을 뿐 다른 매체 내용은 본 적 없다고 밝혔다.

원고 앞부분을 실무자가 만들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고서야 유 이사장은 앞부분을 스태프와 상의해서 썼다고 말을 바꿨다.

유 이사장은?=과학기술부 관료 출신으로 국립중앙과학관장(1996년 4월1998년 3월)과 과학기술부 차관(2001년 4월2002년 7월)을 지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과학기술분야 정책특보로 활동해 이듬해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다.

기초기술연구회는 1999년 설립된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 기관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정부가 출연한 과학기술 연구기관 5곳을 총괄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