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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권의 이혼극

Posted December. 01, 200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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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결별 수순 밟기에 바빠진 형국이다. 노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이 서로 던지는 말부터가 그렇다. 전에도 두 사람 관계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서로가 너 때문이야라고 삿대질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어제 김 의장은 이제 정부가 결정하고 당이 뒷받침하는 방식은 끝났다고 했고, 그제는 우리 당이 바위처럼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더 이상 대통령 뒤치다꺼리하기 싫다. 갈라서자. 여당이 아니어도 좋다. 그래도 우리 당이 139석을 가진 원내 1당이니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뜻일 게다. 노 대통령은 어제 신당은 지역당 만들겠다는 것이기에 반대한다. 우리 당을 지킬 것이다. 당적 유지든 탈당이든 당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던진 얘기와는 톤이 약간 다르지만 탈당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한 건 마찬가지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잘 해보자며 서로를 다독였다. 김 의장은 6월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임기말에 탈당한다면 정당정치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 우리 당과 노 대통령이 함께 심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을 것이고 임기가 끝나도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당과 함께 가겠다고 한 것은 8월이다. (당)고문이라도 시켜주면 좋겠다고 너스레까지 떨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상황이 이렇게 달라졌다.

결별을 생각하는 이유는 서로가 다른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이혼하긴 싫지만 정 내가 거추장스럽다면 빠져줄 테니 당은 유지해 달라. 대신 신당을 만들려면 당신들이 나가라는 것인 듯싶다.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인기 없는 대통령과 도매금으로 대접받는 게 싫고, 정계개편의 운신도 편하게 해보자는 뜻일 게다. 노 대통령의 지역당 발언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벌집 쑤신 듯 들끓고 있어 관계의 원상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어쩌랴. 이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니.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