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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심화는 두 정상 몰이해 탓

Posted September. 12, 200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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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본 자민당 총재 경선으로 막을 내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의 집권 5년을 되돌아보고 미래 한일관계의 전망을 모색하는 국제학술대회가 8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중구)21세기평화연구소와 현대일본학회 주최,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열렸다. 고이즈미 정권의 5년: 평가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는 다나카 아키히코() 도쿄()대 국제관계학 교수를 비롯한 일본학자 3명과 최상용 고려대 교수 등 한국학자 15명이 참석해 논문을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고이즈미 정권 하에서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원인으로 한일 정상의 외교정책 실패를 꼽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일본의 차기 정권이 출범하더라도 한일 관계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많았다.

한일 정상의 몰이해로 한일 관계 악화=다나카 교수는 고이즈미 정권의 외교는 총리가 직접 대미 외교를 주도하고 실무진이 다른 외교를 주도하는 이중구조였다며 그 결과 대미 관계는 성공적이었던 데 반해 한국과 중국 관계는 큰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각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외교에 대해 대미 중시, 아시아 경시라고 말하지만 대미 중시, 아시아 무지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특히 한중 외교의 경우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에서 보인 바와 같이 국내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일 관계가 갈등 일변도로 빠진 것은 양국 정상 간의 관계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한일 민간 교류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면서 반면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 차원에서 다루는 고이즈미 총리와 북한 중심으로 다루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대북 강경파임을 고려할 때 한일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일 관계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군사대국화하는 일본, 동북아 신뢰 구축해야=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고이즈미 집권 5년 동안 미일동맹이 공고화되면서 일본이 국방과 안보정책에 질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고이즈미 정권 하에서 일본은 방어 위주의 전력에서 정보 수집력을 강화했으며 각각 육해공 자위대로 독립된 부대 운용 업무를 내년부터 통합막료회의로 일원화해 운용하는 등 다기능적이고 탄력적인 방위력을 갖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전쟁을 포기하고 교전권을 부인하는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은 물론 선제공격론과 핵무장론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일본이 군국주의화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도 나왔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미 군사대국인 일본은 첨단 군사장비 확충과 정보 수집 능력의 확대로 더욱 군사대국화 돼 가고 있다며 최근 핵무장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대국화=군국주의화라는 등식으로 보고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교수는 전후 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방•안보 정책은 관료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둘을 결합해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박영준 교수도 군사적 성장만으로 군국주의화된다고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면서 그러나 일본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 동북아지역 내 신뢰 구축을 통해 공동안보태세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