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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U의 꿈

Posted March. 28, 20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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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닝 가() 10번지 총리관저의 전기는 프랑스 회사가 보내 줍니다. 물은 독일 기업이, 가스는 영국을 포함한 네 나라에서 공급하지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지난 주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말했다. 영국은 유럽시장 개방과 자유경쟁의 혜택을 이미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EU 25개국 정상은 에너지 공동정책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하나의 유럽으로 가자고 손을 잡았다. 연례행사처럼.

정상의 합의는 이뤄질 수 있을까. 회담 첫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퇴장이 앞날을 시사한다. 프랑스 기업인이 영어로 연설한다는 이유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덕분에 그는 경제애국이라는 이름의 보호주의를 막아야 한다는 연설을 듣지 않아도 됐다. 프랑스처럼 세상 변화를 외면하고 철밥통 보호에만 열을 올리는 나라를 월스트리트저널은 닫힌 유럽이라고 했다.

6년 전 EU 정상들은 2010년까지 유럽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지식기반경제로 만들자는 리스본전략을 채택했다. 합의대로라면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서비스시장 개방이 진작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사회정의라는 편리한 잣대를 들이대 개혁을 거부하는 대중의 벽 때문에 EU 경제는 국민소득, 고용과 생산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미국의 1970년대 말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합의한 신()리스본전략에선 유럽을 가장 경쟁력 있는 경제로라는 목표가 아예 빠졌다.

이번에도 EU 정상들의 꿈은 이뤄지지 않을지 모른다. 유럽은 더 추락해야 정신 차린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래도 EU 정상회의는 의미가 있다. 세계화시대의 경제해법을 보여 줘서다. 노동시장 유연성에 교육과 훈련을 결합시킨 유연안전성(Flexicurity)정책이면 성장과 일자리는 따라온다고 했다. 제3의 길 이론을 제공한 영국의 경제학자 앤서니 기든스도 유럽사회모델은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엉뚱하게 우리나라만 거꾸로 달리고 있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