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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Hu?

Posted October. 15, 20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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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가주석 후진타오()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는 인물이다. 오죽하면 영어로 인명록을 뜻하는 영어표현 후즈 후(Whos Who)에 빗대어 후즈 후?(Whos Hu?)라는 표현까지 등장할까. 이 점은 중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그 후진타오의 실체를 찾아 나선 2명의 중국 언론인이 발로 뛰면서 쓴 전기다. 중국 언론인의 저서라고 중국 정부의 입김이 반영된 공식전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저자들은 생생한 현장취재를 바탕으로 후진타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기록이나 기존 언론보도의 진위를 날카롭게 밝혀내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그의 출신지다. 그의 출신지에 관한 기존 기록들은 안후이()성 지시()와 장쑤()성 타이저우()를 오락가락한다. 저자들의 추적에 따르면 그는 상하이()에서 태어났고, 타이저우에서 자랐다. 지시는 고조부 때 떠나온 원적지이다. 그럼 그의 출신지가 그처럼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1942년 태어날 당시 그의 가문이 상하이에서 상당히 부유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가계급 출신이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리 만무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그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계신 장쑤성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에서 장쑤성 출신이 장쩌민(), 리란칭(), 그리고 자신까지 3명이나 된다는 점이 부담스러워 이를 감춰온 것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상업과 학문의 고장으로 유명한 안후이성은 지도자로서 그의 이미지에 도움이 됐기에 부각시킨 것이다.

후진타오는 1959년 칭화()대 수리공학과에 열일곱 어린 나이에 입학한다. 칭화대는 그의 출세의 가장 큰 발판이 된다. 칭화대는 공산화 이후 마오쩌둥()의 지시로 이공계 중심 대학으로 육성된다. 칭화대는 이런 실용적 학풍으로 인문사회계가 강한 베이징()대에 비해 이후 피비린내 나는 사상투쟁에서 사상자를 상대적으로 적게 내면서 중국 정계를 장악하게 된다.

대학시절 후진타오가 공산당 청년간부요원으로 발탁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의외로 그의 예술적 재능이었다. 그는 특히 백마 탄 왕자로 불릴 만큼 춤을 잘 췄고, 합창단에서 맹활약했는데 당시 중국에서 문예활동은 곧 혁명을 완수하기 위한 중요한 무기였다. 그가 대학동창으로 공산당 유력 간부의 딸이었던 아내 류융칭()의 사랑을 쟁취할 수 있었던 데도 그의 춤 솜씨가 톡톡히 한몫을 했다.

이처럼 후진타오의 모습은 혁명가 중심의 기존 중국 지도자와 분명히 차별화된다. 그는 한번 소개받은 사람은 끝까지 자상하게 돌보는 소탈한 인간미를 지녔다. 문화대혁명기에는 아내를 따라 서부 오지 간쑤()성의 댐건설 현장 근무를 자청하는 유연함을 보였지만, 티베트 당서기로 있을 때는 폭동이 발생하자 즉각 계엄령을 발동하는 과단성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후계자그룹의 경쟁에서 앞서 있던 왕자오궈()가 타고난 1인자로 불릴 때 타고난 2인자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소리 없이 조직을 장악해 그를 능가하는 모습에서 후진타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후진타오는 분명 행운아다. 그가 중앙정계에 막 발을 들여놓았을 때 덩샤오핑()이 대대적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 예다. 1982년 그가 간쑤성에서 불려와 마흔 살의 최연소 나이로 중앙위원후보로 발탁됐을 때 그와 함께 중국공산당 원로들에게 첫선을 보였던 인물들이 3세대 지도부의 핵을 이루는 장쩌민(당시 55세), 리펑( 53세), 리루이환( 52세)이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직계상사를 거쳐서 발탁됐을 뿐 처음부터 최고지도자들의 눈에 띈 것은 아니었다. 장쩌민은 덩샤오핑 앞에서 무릎을 꿇고 TV 채널을 바꿀 만큼 비굴한 모습도 보였지만 후진타오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중국 지도부가 인재를 보는 남다른 혜안을 지니고 있었다는 막연한 동경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끊임없이 자신을 강한 사람으로 만들고 덕을 중시해 기능을 기른다( )는 칭화대의 교훈처럼 진정한 인재는 만들어지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원제 (2002년).



권재현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