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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방향 고속철 '애물단지'

Posted April. 07, 20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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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6일 내놓은 고속철도(KTX) 개선책은 실행 가능성이 낮거나 KTX 개통 이전에 비해 나을 것이 없는 땜질 처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강동석() 건교부 장관은 이날 KTX 이용객의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역방향 좌석과 관련, 앞으로 3달 동안 승객 설문조사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 개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좌석 개조 여부는 건교부나 철도청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철도청이 고속열차 제작사인 프랑스 알스톰사와 품질보증 기간인 개통 후 2년 동안 좌석 배치를 변경할 수 없다고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철도청이 좌석 배치를 바꾸는 순간 알스톰사는 객차 유지 보수에서 손을 뗀다. 이로 인해 사고가 나더라도 알스톰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좌석 밑에 수많은 전력 공급선과 센서 배선이 있어 좌석 개조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철도청이 알스톰사에 좌석 개조와 고속열차 유지 보수를 요구하려면 계약을 다시 해야 한다. 이 경우 알스톰사는 재료비와 인건비 외에도 수백억원을 유지 관리비 명목으로 청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알스톰사가 1000억원 이상을 요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교부가 이용객들이 역방향 좌석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작전을 쓰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건교부 고속철도건설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선 30년간 역방향 좌석이 문제된 적이 없는데 한국 승객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건교부는 12일부터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의 운행 횟수를 경부선은 8회(편도), 호남선은 4회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열차의 운행 횟수를 늘려도 수요를 소화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시간대에 영등포역에 고속열차가 서지 않아 불편한 서울 남서부권 이용객에 대한 대책은 아예 없다.

건교부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요금을 10% 깎겠다고 밝혔지만 고속철도 개통 이후 일반열차에 대한 평일 운임 할인제(515% 할인)가 사라져 평일 이용객들은 여전히 예전보다 최고 5%까지 요금을 더 내야 한다.

건교부의 대책은 이같이 허점투성이여서 철도 이용객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달래려는 여론 무마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나성엽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