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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서두르면 일본에 당한다"

Posted March. 31, 200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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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사진) 부회장이 한국 경제계 주요 인사로는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속도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현 부회장은 31일 기자와 만나 한일 FTA 협상은 두 나라가 전쟁을 치르러 나가는 것인데 우리는 거의 준비가 안 돼 맨손으로 전쟁하러 가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2005년 말로 정해진 협상 종료시점에 쫓기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상해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일본의 관세는 아주 낮거나 무관세인데 비해 우리의 대일 수입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는 대부분 8% 수준이어서 한일 FTA 타결로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FTA는 국가간 산업이 보완적 관계일 때 추진되지만 한국과 일본은 경쟁관계인 산업이 많다며 우리의 생산공정기술은 대부분 일본을 모방한 것으로 일본의 원천기술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우려했다.

현 부회장에 따르면 최근 전경련이 산하 FTA대책위원회의 업종별 대책반 회의를 세 차례 개최한 결과 섬유 철강을 제외한 자동차 기계 전자 부품 등 대부분의 업종 관계자들이 국내 산업의 피해를 이유로 한일 FTA 체결에 반대했다는 것.

현 부회장은 한국의 경우 한일 FTA 타결시 주요 업종의 품목별 영향력과 민감도, 일본과의 격차 해소 소요기간 등에 대한 분석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등 준비가 되지 않아 품목별 연차적 시장개방계획 등을 만들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현 부회장의 문제 제기는 한일 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 경제계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대변한 것으로 보여 양국 정부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작년 12월 한일 양국간에 FTA 협상 개시로 한일간 자유무역 실현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시장의 피해가 예상됐지만 한국 재계는 그동안 시장 개방이 살 길이라는 사회적 여론에 밀려 뚜렷한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한일 FTA 체결로 자동차에 대한 수입관세(8%)가 철폐되면 일본산 중형 및 준중형 승용차까지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돼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확대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한일 FTA로 관세가 사라지면 대일 수출보다는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일간 공동 기술개발이나 기술이전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한일 FTA는 우리 시장만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원재 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