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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코리안 이치로'

Posted February. 13, 2003 22:44,   

日本語

딱.

경쾌한 타구음이 들릴 때마다 공은 1, 2루를 꿰뚫고 우익수 쪽으로 총알같이 날아간다. 프리배팅 10개를 치면 6, 7개는 1,2루간이나 우중간 쪽. 어디서 많이 보던 타구방향인데. 바로 일본이 자랑하는 슈퍼스타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자주 안타를 만들어내는 이치로 존이다.

아닌 게 아니라 13일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구장에서 만난 추신수(21샌버나디노 스탬피드)는 이치로를 닮았다. 투수출신이라는 것도 그렇고 왼손잡이에 1m80의 키, 뛰어난 타격재능과 빠른 발.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와 함께 최우수투수로 뽑힌 그를 시애틀이 타자로 전향시킨 것도 그가 야구의 모든 재능을 두루 갖췄기 때문.

처음에 입단했을 때 구단에서 타자수업을 시키기에 의아했어요. 투수를 시킬 줄 알았거든요. 메이저리그에선 5가지 기능(Five tool공을 맞추는 기술,서도 배팅파워,강한 어깨,수비,빠른 발)을 다 갖춘 선수가 드문데 넌 이것을 모두 갖췄다는 구단측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추신수는 시애틀이 제2의 이치로로 만들기 위해 키우는 선수. 이제 마이너리그 하이싱글A(싱글 A의 세가지 등급 중 최상급)에 불과한 풋내기를 파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시킨 게 이를 증명한다.

그는 지난해 위스콘신 팀버래틀러스(싱글A)에서 140경기에 나가 타율 0.302에 7홈런 57타점 33도루의 뛰어난 활약으로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추신수는 지난달 25일부터 피오리아 구장에서 마이너리거들과 함께 몸을 만들어왔다. 오전 7시30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하루를 시작,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외야수비와 배팅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시애틀은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와 포수가 합류했고 16일부터 야수들까지 합류해 본격적인 스프링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추신수가 미국 프로야구에 입문하면서 마음먹었던 메이저리그 진출시기는 3년. 올해가 바로 3년째다.

한국에선 야구 못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안했는데 처음 미국에 왔을 땐 나보다 야구를 못하는 선수가 한명도 없었어요. 하지만 할수록 자신이 붙습니다. 사람에겐 기회가 3번 찾아온다고 하잖아요. 내가 야구를 시작했던 게 첫 번째 기회고 메이저리그 캠프에 합류하는 이번이 두 번째 기회 같아요. 꼭 붙잡고 싶습니다.

추신수와 인터뷰한 13일은 마침 그의 외삼촌인 롯데 박정태가 비자발급 문제로 뒤늦게 미국에 입국, 롯데의 애리조나 캠프에 처음 합류한 날. 추신수는 외삼촌이 계약하면 한턱 쏜다고 했는데 빨리 만나 밥 사달라고 해야겠다며 웃었다. 둘은 25일과 26일 롯데-시애틀의 연습경기에서 삼촌-조카간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