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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리며… ‘양손 장갑 골퍼’ PGA 우승

입력 | 2026-05-19 04:30:00

인도 출신 노동자 가정서 자란 라이
아버지가 아이언 사주고 매일 닦아
“잊지 않으려 지금도 커버 씌워 관리”
람-매킬로이 모두 따돌리고 우승컵… 잉글랜드 선수로 107년만에 정상




인도 출신 아버지와 케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잉글랜드 골퍼 에런 라이가 18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뉴타운스퀘어=AP 뉴시스

인도 출신 아버지와 케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잉글랜드 골퍼 에런 라이(31)의 별명은 ‘미스터 양손 장갑(Mr. Two Gloves)’이다. 라이는 “나는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자랐고, 내 고향 울버햄프턴은 겨울에 아주 추웠다. 겨울철 연습할 때 손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양손에 장갑을 낀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프로 골퍼로는 이례적으로 양손에 장갑을 끼는 라이가 18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인간 승리’ 드라마를 썼다.

‘미스터 양손 장갑’이라 불리는 라이는 프로 골퍼로는 극히 드물게 양손에 검은 장갑을 끼고 샷을 한다. 뉴타운스퀘어=AP 뉴시스

대회 전 세계랭킹 44위였던 라이는 이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 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3개로 5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라이는 메이저대회를 두 차례 제패했던 욘 람(32·스페인·공동 2위)과 로리 매킬로이(37·북아일랜드·공동 7위) 등 스타 선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우승했다. 9번홀(파5)에서 12m 이글 퍼트를 성공하며 선두로 치고 나간 라이는 17번홀(파3)에서 21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라이는 ‘챔피언 퍼트’를 넣은 뒤 가장 먼저 아내 가우리카 비슈노이(28)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비슈노이 역시 인도 투어에서 8차례 우승한 골프 선수 출신이다.

라이는 아이언 헤드에 커버를 씌우는 골퍼로도 유명하다.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라이의 아버지는 골프를 시작한 어린 아들에게 1000파운드(당시 약 195만 원)짜리 ‘타이틀리스트 클럽’을 선물하고는 밤마다 베이비 오일로 헤드를 닦고 커버를 씌우며 애지중지했다. 라이는 “내가 가진 것의 가치와 내 출신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아이언 커버를 씌운다”고 했다.

이날 우승으로 라이는 부와 명예를 모두 얻었다. 라이는 첫 대회인 1916년과 2회 대회인 1919년에 우승한 짐 반스(1886∼1966) 이후 107년 만에 PGA챔피언십 우승자에게 주는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잉글랜드 선수가 됐다. 우승 상금 369만 달러(약 55억2000만 원)를 받으며 세계랭킹도 15위로 뛰어올랐다.

평소 검소하고 성실한 태도로 동료들 사이에서 ‘미스터 나이스 가이(Mr. Nice Guy)’로 불리는 라이는 우승 파티도 조촐하게 한다. 아내 비슈노이는 “아마 치폴레(미국의 캐주얼 멕시칸 음식점)에 갈 것 같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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