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방/에이먼 돌런 지음·김은지 옮김/376쪽·1만9000원·복복서가
책은 ‘가해 가족과 연결된 마지막 다리를 무너뜨리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가족이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라는 통념은 “터무니없는 신화”에 불과하며, 건강한 거리 두기가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저자는 30여 년 경력의 미국 출판 편집자이면서 “우리 집이 정상적이라는 착각이 나를 침묵하게 했다”고 밝힌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이기도 하다. ‘절연’을 충동적 파괴 혹은 도의를 등진 행위가 아닌 생존의 첫 단계로 바라보고,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돕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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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득이 되지 않는 가족 관계는 모조리 단절하라’는 건 아니다.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적절한 거리 두기와 상담 치료 등 여러 대안도 제시한다. 학대자가 규칙을 따른다면 그와 화해할 수도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최우선시할 것은 “타인의 기대가 아니라 자신의 안전과 존엄”임을 강조한다.
절연 이후 찾아오는 상실감과 죄책감까지도 세심하게 다뤘다. 내면에 뿌리내린 ‘피보다 진한 것은 없다’는 관념은 절연을 자책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생물학적 가족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기댈 ‘우리 종족’, 즉 선택적 가족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쩌다 그런 고통을 겪게 된 우리가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가정폭력 너머 각종 친밀한 폭력에 놓인 적 있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