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 중간 폭락 시기에 견디기 어려워… 워런 버핏도 처음엔 단타 열중
장기투자자인 워런 버핏도 처음엔 단기투자자였다. GETTYIMAGES
A는 그 후 정말 주식을 샀다. 장기투자를 하면서 앞으로 최소 몇 년은 들고 있겠다고 마음먹은 뒤 주식 공부도 시작했다. 유튜브와 책 등을 섭렵하며 주식을 배웠다. 오를 종목을 고르는 방법과 주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 등도 많이 알게 됐다. 차트를 보고 주식 움직임을 판단하는 방법, 거래량을 보고 폭등을 예측하는 방법, 저PER(주가수익비율) 주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를 공략하는 방법, 앞으로 미래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고르는 방법, 트렌드를 타고 있는 주력 종목을 찾는 방법 등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됐다. 이것들을 잘 활용하면 많은 돈을 벌 테고, 특히 주식 차트와 거래량 등을 보면서 주식투자를 하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런데 A는 의문이 생겼다.
타이밍 맞추는 투자법의 매력
그가 나에게 주식투자 방법을 물었을 때 나는 차트, 거래량, 트렌드 등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주식 고르는 방법으로 매출과 이익만 얘기했다. 그렇다고 내가 차트, 거래량 등 주식 유튜브나 주식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들을 모르고 있을까. 그래서 내가 얘기하지 못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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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생각대로, 나 역시 그런 방법들을 다 시도해봤다. 그러나 그 방법들로는 수익을 제대로 낼 수 없었기에 ‘돌고 돌다가’ 장기투자자가 됐다. 장기투자는 여러 주식투자 방법 가운데 어떤 방법이 좋을지 선택해서 하게 되는 게 아니다. 다른 방법이 모두 제대로 되지 않으니, 결국 장기투자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처음에는 장기투자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주식시장에 들어온다. 워런 버핏의 장기투자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유튜브 등에서도 장기투자를 강조한다. 문제는 주식시장에 있으면서 여러 투자 방법을 알게 되면 장기투자를 계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차트 투자, 모멘텀 투자 등 타이밍을 맞추는 투자를 하면 장기투자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데 왜 장기투자를 고수하겠나. 장기투자는 그런 단기투자 방법을 오래 썼지만, 제대로 수익을 올리지 못한 사람이 나중에 선택하는 투자법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 주식시장에 들어온 이들이 장기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믿지 않는다. 주식투자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좀 알면 장기투자를 하려고 들지 않는다.
케인스, 버핏도 처음엔 단기투자
케인스는 유명한 20세기 경제학자다. 경제학자는 보통 주식투자로 돈을 벌지 못하는데, 그는 석학이면서 투자에도 대성공한 예외적인 인물이다. 주식시장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케인스의 비유가 있다. “주식시장은 가장 예쁜 사람을 뽑는 미인대회에서 누가 우승할지 예측하는 것과 같다. 자기가 보기에 최고 미인을 골라선 안 된다. 타인이 누구를 가장 아름답게 볼지 판단하고, 그들이 선택할 이를 골라야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기업을 고르는 건 소용없다. 나 혼자 잘 선택해봤자 다른 사람이 선택하지 않으면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 타인이 주식을 사야 주가가 오른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주식을 타이밍 좋게 매매하는 것, 그게 주식투자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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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케인스는 방법을 바꿨다. ‘이익을 많이 내는 우량 주식을 사서 오래 가지고 있는 전략’, 즉 장기투자 전략이다. 매매 타이밍을 찾는 주식 거래 방식에서 장기투자 전략으로 바꾼 후부터 그는 주식시장에서 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케인스는 우량주를 사서 오래 보유하는 장기 투자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둬 투자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케인스가 처음부터 장기투자자였던 것은 아니다. 주가 움직임, 다른 사람들의 매매 패턴을 보고 타이밍을 맞추려고 했던 단기투자가였다. 그 방법으로는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장기투자자로 돌아선 인물이다.
장기투자자로 유명한 버핏도 처음부터 장기투자를 한 것은 아니다. 그가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한 나이는 11세다. 그리고 장기투자 방법이 정립된 시기는 그가 20대 초반이었을 때다. 20대 초반부터 장기투자자가 됐으니 굉장히 빠른 것 같지만, 이미 주식 경험이 10년은 됐을 시기다. 그동안 버핏도 단기 매매를 주로 했다. 주식 장기투자는 주식시장에 오래 있으면서 단기 매매 기법으로는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투자자가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자신은 시장을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장기투자자가 될 수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여러 투자법을 아는 사람이 장기투자를 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기투자는 꾸준히 우상향하지 않는다. 중간에 계속해서 폭락하는 시기가 있다. 차트를 볼 줄 모르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하지만 차트를 어느 정도 볼 줄 알면 최소한 폭락하는 모습은 보일 것이다. 폭락하는 상황이 눈에 보이는데도 계속 주식을 들고 있을 수 있을까. 지금 팔고 나중에 주가가 저렴해졌을 때 다시 사는 편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결국 주식을 팔게 되면서 점점 더 장기투자자에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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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에 오래 있다 보면 그런 식으로 타이밍을 잡는 단기투자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단기적 예측이 대부분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에야 장기투자로 돌아선다. 자신이 무식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야만 가능한 투자 방법이다. “나는 시장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장기투자자가 될 수 없다. 장기투자자는 오랜 시간 단기투자를 하면서 실패를 겪고, 결국 자신은 시장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사람이다. 장기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는 장기투자자가 많지 않은 이유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