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업-정부, 추가 투자 내걸어 美, 韓기업에도 신규투자 압박 우려 삼성-SK, 국내에 새 반도체 공장… 사실상 美에 공장 지을 여력 부족 정부 “대만 만큼 혜택, 美와 논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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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총 5000억 달러(약 736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대미(對美) 투자·보증 패키지를 내걸고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품목 관세 면제를 약속받았다. “미국에 투자하는 만큼 관세 혜택을 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가이드라인’이 드러난 것으로, 향후 한국 기업들에도 미국 투자 확대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조만간 진행될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에서 반도체 생산 기지 증설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공장 지어야 관세 면제, 아니면 관세 100%”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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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의 협상 조건은 향후 한미 협상에서도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는 ‘미국과의 반도체 교역량이 한국보다 많은 국가(사실상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것이란 내용만 명시됐고, 구체적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 삼성·SK에도 대미 투자 확대 압박
관세 협상 타결 당시 우리 정부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으나 조선업 전용 1500억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정부 차원의 투자로,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는 자금이다.
결국 재계에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신규 투자를 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전인 조 바이든 정부 때 결정된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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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새롭게 미국에 공장을 지을 여력은 부족한 형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기 용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면서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TSMC처럼 대규모 대미 투자를 또 구상하는 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테일러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면서 AI 반도체 주문을 수주했다”며 “추가 투자를 논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다른 과제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부는 미국과 대만의 협상 결과를 점검하고, 한국에도 협상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팩트시트만 나온 상황으로 무관세 쿼터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대만에 적용된 조항이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한국 반도체 기업 공장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등을 미국과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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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