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롯데 2군 감독은 야구계의 신사로 명망 높다. 롯데 제공
‘야구계의 신사’로 불리는 김용희 프로야구 롯데 2군 감독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김 감독은 사람 좋기로 유명하다. 선수나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의 태도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최고 스타 중 한 명이었다. 포항제철 야구단 시절 실업야구를 대표하는 거포였다. 큰 키(신장 190cm)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쾌한 스윙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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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별중의 별로 뽑힌 김용희. 동아일보 DB
김용희 감독이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동아일보 DB
사람 좋고 소통 잘하는 그였기에 여러 팀에서 지휘봉을 맡겼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롯데 감독을 지냈고, 2000년에는 삼성 감독으로 취임했다. 또 2015~2016년에는 SK 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후 야구 해설위원과 KBO 경기운영위원 등을 거쳐 2024년부터 롯데 2군 감독을 맡고 있다. 70세가 된 그를 찾는 팀이 여전히 있다는 건 그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건 우승 트로피다. 그가 프로 유니폼을 입고 우승한 건 1984년이 유일하다. 당시 롯데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4승 3패로 우승했다. 고 최동원이 혼자서 한국시리즈 4승을 모두 거둔 바로 그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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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감독 시절의 김용희 감독. 동아일보 DB
그러던 지난달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마침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김재호가 210년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던 김재호는 이날도 여지없이 샷이 흔들렸다. 버디 2개를 잡는 동안 보기 5개를 범하며 3오버파를 쳤다. 예전의 김재호라면 그대로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 타 차 2위로 들어간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꿈에 그리던 정상에 올랐다. 우승을 확정한 김재호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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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롯데 2군 감독의 아들 김재호가 KPGA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KPGA 제공
김재호가 골프채를 잡은 건 김용희 감독이 1994년 미국 텍사스로 야구 연수를 떠난 게 계기였다. 김 감독은 “쉬는 날 가끔 골프장을 가곤 했는데 방학 때 미국에 온 재호가 골프 카트 모는 재미에 골프장에 왔다가 재미를 들였다”고 했다. 그는 또 “운동이 얼마나 힘든 건지 알기에 시키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세 달만 보겠다’던 재호가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는 걸 보고 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KBO 경기 운영위원 시절의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
중년들에게 희망을 준 김재호의 우승은 김용희 감독에게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됐다. 롯데는 올해도 7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1992년 마지막 우승 후 33년간 우승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내 역할은 1군 선수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력을 2군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롯데는 내 모든 인생이 들어있는 팀이다. 잘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현재 롯데가 부진하고 팬들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최송하다”며 “하지만 하나하나 약점을 고쳐가면 언제든 좋아질 수 있는 팀이다. 하루하루 새로운 걸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과 김용희 롯데 2군 감독. 두 사람은 롯데의 우승을 위해 힘을 합쳤다. 이헌재 기자
다시 한번 유니폼을 입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건강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한때 애연가였던 그는 2001년 12월 금연을 선언한 뒤 한 번도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두주불사일 정도로 술도 좋아했지만 6년 전부터 아예 끊어버렸다. 요즘엔 안 좋은 음식을 멀리하고, 먹는 양도 최대한 줄이려 한다. 김 감독은 “롯데가 우승하는 날 축배를 들 생각이다. 딱 세 잔을 마실 것”이라며 웃었다. 롯데가 우승하면 통산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