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매입 이후 3년3개월 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뉴시스
한국은행이 3년 3개월 만에 국채 매입에 나섰지만 시장에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전 세계적인 금리 급등에 외려 한국 국채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향후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각하려면 국채가 필요해 매입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시장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국채 매입 규모가 충분하지 않고 목적이 불분명해 금리는 안정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 “한은 국채매입 규모 충분하지 않아”
9일 한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조5000억 원 규모의 국채 단순매입은 예정대로 마무리됐다. 시장에서는 국채 매입이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가 과도하게 급등한다면 단순매입이나 공개시장운영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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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최근의 국채금리 급등이 이 총재의 발언으로 시작된 탓에 한은이 매입 목적에 ‘금리 변동성 완화’를 내세우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순매입의 목적이 금리 변동성 완화라고 말하면, 이는 한은이 소통 오류를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지난달 12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점, 심지어 정책 방향의 전환이 있을지는 앞으로 나올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발언하자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대에서 3%대로 급등한 바있다.
● 국채 금리 연중 최고치 경신
이날도 국고채 금리는 3%대를 유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을 비롯한 5년물과 10년물의 금리는 각각 3.084%, 3.302%, 3.453%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세계 국채금리도 급등했다. 독일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는 8일(현지 시간) 각각 2.15%, 2.86%로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이사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과 설문조사 참여자 모두 다음 금리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인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영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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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