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이날 대미 투자 양해각서의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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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발표된 이후 협상 결과를 국회가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팩트시트가 국가 간 조약이 아닌 양해각서(MOU)여서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대미투자특별법을 제정해 사후 조치를 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큰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헌법 60조 1항은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은 이번 팩트시트가 조약은 아니지만 ‘중대한 재정적 부담’ 및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것’ 모두 포함돼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8년 한미 간 ‘전략물자 및 기술자료 보호에 관한 MOU’에 대해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친 전례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한 개별 사안이 아닌 관세, 외교, 안보 등의 포괄적인 내용이 망라된 이번 MOU 전체를 한꺼번에 비준동의하면 장기간 이어질 이른바 ‘포에버 협상’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어 국익을 해칠 우려도 크다. 국회 비준동의를 받으면 법적 구속력이 발생해 향후 미국 정치 상황이 바뀌더라도 되돌릴 수 없어 족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합의 상대국인 미국은 의회 비준동의 없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진행한다. 앞서 미국과 비슷한 합의를 한 일본도 의회 비준동의를 거치지 않았다. 굳이 한국만 스스로 ‘모래주머니’를 찰 필요가 없다. 기존 안보다 부담을 줄이거나 실리를 더 챙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게 지금으로선 나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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