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긴급 재정자금이 필요할 때 지방채를 쉽게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26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기 침체 등으로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지방채를 발행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한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동안은 대규모 재정투자 사업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세입 부족, 재해·재난 복구 등에만 제한적으로 지방채 발행이 가능했는데 발행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방재정의 재량권을 넓히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민생회복 소비쿠폰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채 발행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많다. 정부가 소비쿠폰 예산 13조2000억 원 중 2조9000억 원을 지자체에서 분담하도록 한 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자체들의 호소가 잇따랐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일부 지자체가 지역개발기금 대출을 받거나 재난기금까지 끌어다 쓰는 편법을 동원하자 합법적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지자체장들이 경기 침체 등을 앞세워 민생 지원 사업을 위한 지방채 발행을 남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지방채 발행 한도와 채무 현황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대다수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가 30%를 밑도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도 지방채 발행은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회가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뜩이나 지자체장들의 치적 쌓기용 사업이 무분별하게 추진되는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채 발행에 기댄 ‘매표용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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