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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휴게소 운영사 바뀔때마다 입점업체 줄폐업…도로공사는 ‘나몰라라’

입력 | 2025-10-15 16:05:00


한국도로공사 본사 전경. 뉴스1

휴게소 운영사가 바뀌면 입점업체를 갈아치우는 관행이 계속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게소 감독기관인 한국도로공사마저 운영사와 입점 업체의 불공정 계약을 사실상 조장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부터 올해까지 최근 8년간 운영사가 교체된 전국 휴게소 59곳 중 43곳(72.8%)에서 입점업체 계약 해지 또는 신규 교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소별 계약 해지 건수는 최소 3건에서 최대 14건까지로, 운영사 교체 시점마다 평균 4.6건의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집계됐다. 오랜 기간 휴게소에 입점해 있던 업체들도 운영사가 변경될 때마다 별도 보상 절차나 재입찰 기회 없이 쫓기듯 계약 해지되는 ‘줄폐업’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감독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운영사와 입점업체 간 계약을 자율사항이라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사가 입접 업체에 대한 피해 실태 조사나 보호장치는 마련하지 않은 채 운영평가 등을 통해 휴게소 운영에는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표준계약서와 납품약정서 등의 준수 여부를 휴게소 운영평가와 연계하는 방법으로 계약기간, 판매품목, 계약종료 시점 등 거래조건을 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2023년에는 공사가 휴게소 입점업체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휴게소 운영사의 계약 종료 시 소유권 주장 및 투자비 보전 등 일체의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불공정 확약서’ 제출을 전국의 운영사와 입점업체에 요구한 정황도 확인됐다. 당시 조사는 민원이 빗발치며 중단됐고, 공사는 현재까지 별도의 후속 실태조사는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사는 계약 중도 해지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입점업체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게소 입점계약의 불공정 구조는 공사가 신규 운영사에 제시하는 표준계약서 조항에서도 드러났다. ‘운영사와 입점업체의 계약기간은 도로공사와 운영사의 임대차 계약기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해 휴게소 운영사 교체 시 기존 입점 업체들의 계약도 자동 해지되는 구조를 강제하고 있다는 것.

송기헌 의원은 “한국도로공사는 ‘자율계약 사항’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조장해 온 불공정 계약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입점업체의 피해와 휴게소 운영 갈등은 결국 해당 휴게소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도 불편으로 돌아오는 만큼 공사가 공공시설 운영의 감독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휴게소 운영평가 지표에 입점업체 피해율·민원 건수·표준계약 준수율 등을 반영하고, 운영사와 입점업체 간 분쟁조정의 기준과 감독 의무, 입점 업체 보호장치를 법제화해 공정한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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