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만에 마주앉는 안덕근-그리어, 2차 관세협의…협상 중간 점검 국내 조선사 만나는 美…조선업 협력, 관세협의 지렛대 활용 주목
한미 관세 협상의 분수령이 될 2차 고위급 회담이 16일 제주에서 열린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열린 ‘2+2 통상협의’ 이후 약 3주 만에 마주 앉아 30여 분간 한미 관세협의 중간점검에 나선다. 이번 회담은 최근 미중 간 115%p 관세 인하 합의 이후 이뤄지는 첫 고위급 회담이라는 점에서, 관세 국면 전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2차 고위급 회담은 기존 구상과는 다른 협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초 5~6개 작업반(워킹그룹)을 동시에 가동하는 방식에서, 미국 측 협상 여력 한계와 복합적 의제 구조에 따라 분야별 순차 협의 체제로 협상의 틀이 전환됐다. 이날 양측은 상호·품목별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의 실무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남은 쟁점을 조율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협의에서는 관세뿐 아니라 조선·에너지·반도체 협력 등 미국 측이 제시한 산업협력 안건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어 대표가 같은 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 관계자와도 비공개 접촉을 추진하는 만큼, 조선 분야 협력 방안이 관세 협의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광고 로드중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News1
현재 한미 통상 당국은 지난달 2+2 통상협의 이후 실무급에서 관세·비관세, 경제안보, 투자협력 분야에서 협의 의제를 세분화하며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외에도 중국, 일본, 인도 등 18개 주요국과 관세 협상을 동시 병행하고 있는 탓에, 우리나라와의 개별 협의는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안덕근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조선, 에너지, 반도체 등 주요 산업협력 카드를 활용해, 25% 상호관세 면제와 자동차·반도체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를 최대한 견인한다는 전략이다.
이 중에서도 정부는 미측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조선업 카드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와 국내 조선사와의 만남 역시 USTR 측에서 먼저 제안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한미 협상에서 조선이 단순한 협력의제가 아닌 ‘거래 카드’로 무게가 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광고 로드중
이는 미국이 다자 협상 중이라 협상 테이블의 세부 의제를 외부로 노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산업협력을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관세와 쿼터(할당), 비관세 장벽, 디지털 무역, 원산지 규정, 경제안보, 기타 상업적 쟁점 등이 미국 측 통상 협상의 주요 프레임워크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안 장관과 그리어 대표의 회담은 이러한 미국의 협상 프레임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어떻게 엮어낼지, 또 관세·조선·에너지 등 복합 이슈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율할지 판가름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 개회식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5.5.15/뉴스1
정부, 세 차례 릴레이 회담으로 미국 측 설득…한미 협의 ‘분기점’ 기대
광고 로드중
정 본부장은 출입기자단과 만나 “장관 회동과 내가 다룰 내용은 구분 지어 놨다”면서 한미 간 관세 현안에 대한 사전 조율과 의제 교감이 이미 수면 아래서 진행 중임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그리어 대표의 이번 방한이 사실상 트럼프 2기 이후 미국 통상당국의 첫 고위급 방한”이라며 “APEC 회의를 계기로 양국 협상 진전에 의미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관세 협의의 ‘중간 점검’ 성격이지만, 협상틀 변경 이후 첫 고위급 접촉이라는 점에서 양국 모두에 전략적 의미가 크다. 특히 미중 합의라는 외부 변수가 부상한 상황 속 한국이 향후 협상 프레임과 전략을 어떻게 구성할지 탐색하는 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