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추방명령 집행정지 놓고 충돌 사법부 결정 무시 행태에 대법원장 ‘일침’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현지 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친 후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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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추방 일시 정지 명령을 내린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1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두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사법부 결정에 이견이 있을 경우 탄핵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 확립됐다”며 “정상적인 항소심 절차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227년 전 제정된 전시법인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AEA)’을 적용해 불법 이민자 추방 명령을 내리고 260명 이상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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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공기는 회항하지 않았다. 보스버그 판사는 정부가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위에 대해 해명을 요구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스버그 판사에 대해 “급진적인 좌파 미치광이 판사”라며 “다른 많은 비뚤어진 판사들처럼 탄핵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보스버그 판사는)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대선) 일반투표를 상당수의 표차로 이기지 못했으며 7개 경합 주를 이긴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겼으나 불법 이민에 대한 싸움이 이번 역사적 승리의 첫 번째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유권자들이 바란 것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는 악랄하고 폭력적이며 미친 범죄자가 미국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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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로 평가되지만, 사법부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 성명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과거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성명을 두 차례 낸 바 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의 망명 정책에 반대한 판사를 ‘오바마 판사’라고 비판하자, 로버츠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청렴성을 옹호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2020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대법원이 중요한 낙태 관련 사건을 심리할 동안 “당신들이 일으킨 폭풍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발언했을 당시에는 “정부 최고위 관계자들로부터 나오는 위협적인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