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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규제 동상이몽… “생산부터 줄여야” vs “재활용으로 충분”

입력 | 2024-04-23 03:00:00

오늘 ‘국제 플라스틱 협약’ 4차 회의… 작년 생산 감축 협약 초안 논의
유럽연합-캐나다 등 긍정적… “플라스틱 생산 30% 감축” 주장
중국-인도-러시아 등은 부정적… “폴리머 소재 사용 규제 반대”
내년 160개국 모여 협약 체결 예정… 한국은 “규제 신설 신중하게 접근”



지구의 날인 22일 환경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지구의 날,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23일(현지 시간)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유엔환경총회(UNEP) 주최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4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의(INC)가 열린다.

한국을 포함한 160개국이 내년 체결할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세부 내용을 만들기 위해 모이는 네 번째 자리다. 2022년 3월 세계 각국은 처음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플라스틱 협약을 맺기로 했다. 당시 영국 가디언 등 주요 매체들은 “2015년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의견을 모은 ‘파리 기후협정’ 이후 가장 의미 있는 환경협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플라스틱 생산 감축’ 협약 초안에 이견


지난해 11월 케냐에서 열린 INC 제3차 회의에서는 2022년 9월 공개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초안에 대해 논의했다. 초안은 플라스틱 사용은 물론이고 생산까지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회의에선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재활용 등 폐기물 처리’ 중 어디에 중점을 둘지를 놓고 각국 주장이 엇갈렸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에 따라 2040년까지 신규 플라스틱 생산을 기존보다 30%까지 줄이고 플라스틱 생산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산유국과 석유화학 산업의 비중이 큰 나라들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유국 등은 “협약 초안에 신규 플라스틱 생산 및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머’ 규제 내용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협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도 선진국은 지구환경기금(GEF)이나 세계은행(WB) 등 기존 기구의 재원을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플라스틱 오염 분담금을 만들고 별도의 기구를 신설하자는 입장이다. 이번 4차 회의에서도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둘러싸고 이해 관계가 얽히면서 치열한 논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HAC에 가입했지만 핵심 쟁점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플라스틱 협약에 대해 “한국이 석유화학산업 생산량 세계 4위인 것을 고려해 신·재생산 감축 목표 설정 등 일률적인 규제 조항 신설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INC 최종 회의(제5차) 개최국이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등 13개 환경단체가 모인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플뿌리연대)는 15일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며 “국내 정책이나 INC 제출 의견서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생산 자체를 줄이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실패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응답자 85%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해 8월 25일∼10월 6일 한국 등 32개국 2만4727명을 대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85%는 ‘쇼핑백, 식기류, 컵, 접시 등 불필요한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재활용 불가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와 ‘ 제조 및 소매업체에 재사용·리필 시스템 제공 의무’ 등과 관련해선 긍정적인 응답이 87%에 달했다.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과 포장재를 만들 때 재활용 플라스틱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에는 86%가 동의했다.

WWF는 이를 근거로 한국인들이 플라스틱 규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제조·유통업체가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사용, 재활용 및 안전한 폐기물 관리를 위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설문에 대해선 한국인 응답자의 88%가 찬성했다. 전 세계 평균(84%)보다도 4%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4억 t에 달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150만 t에서 2019년 4억6000만 t으로 늘어났다. 2060년엔 12억3000만 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