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전임의들이 떠난 상황에서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수들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 일부에서 개별적으로 사직 의사를 표명해왔던 교수들은 있어왔지만 이번주부터 교수들이 뜻을 모아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오전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비대위 중심으로 집단 행동 방향을 논의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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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다른 대학들처럼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대부분이 단체 행동을 하겠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다만 그 단체 행동이 겸임 해제가 될 것인지 외래 단계별 축소 또는 외래 수술 전면 폐지를 할 것인지, 사직서 제출을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의견은 총회 자리에서 뜻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도 다음날인 12일 오후 6시 머리를 맞댄다. 다만 이날 회의를 통해 앞으로의 행보를 비대위에서 논의할지 등을 정할 계획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아주대, 원광대와 영남대, 충북대 등 전국 곳곳의 의대 교수들이 비대위를 구성하고 겸직해제, 사직 등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대병원·부산대 교수진과 의대생들이 11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과 관련해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ㅊ
교수들이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데는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이 유급 처리돼 등록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시한이 당장 14일에 도래하는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9일 첫 긴급 총회를 가졌던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이날 다시 모여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협의회장은 “이 시점이 지나면 학생들이 휴학도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등록금도 못 돌려받고 1년 유급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지난 9일 나눴던 의견들을 정리한 후 다시 14일에 만나 대응방안 등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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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학생들과 전공의들의 피해가 가시화되자 교수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교수들이 현장을 떠나는 데 동의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지금 교수들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며 “많은 교수들이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도 “학생들이 유급을 당하고 휴학을 하거나 전공의들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교수들이 학교에, 병원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북대병원도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및 전북대병원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응답률 90.8%)를 진행한 결과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와 대학 측의 즉각적, 효과적 조치가 없을 경우 개인의 의지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한 응답률이 82.4%로 나타났다. 특히 병원에서 진료만을 전담하는 임상교수들의 경우 96%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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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료계 관계자는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정말 대한민국 필수의료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든 이를 막고 싶어 하는데 정부는 계속해서 전공의 처벌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의견들이 많다”며 “여기다 학생들마저 피해를 보게 생겼으니 최후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수들이 실제로 공동 대응 방안으로 의료 현장을 떠나는 ‘최후의 카드’를 내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를 살리는 의대 교수가 최소한의 보루는 지킬 것이고, 지금까지도 그래왔었다”며 “아무래도 환자를 다 두고 떠나기 보다는 일단 그보다 낮은 단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건 결국 정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젠 정부도 하루빨리 전향적으로 이에 응답하는 게 진짜 의료 마비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