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3부작 마지막 시리즈 ‘노량’ 20일 개봉 “내 죽음을 내지 말라”… 賢將의 고뇌 담겨 북채가 닳도록 직접 독전고 울리는 장면 백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이순신(김윤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충무공이 북채가 닳도록 두드려댄 독전고(전투를 독려하는 북)가 없었더라면 이후 우리 역사엔 새살이 돋아날 수 있었을까.
영화 ‘명량’(2014년)과 ‘한산: 용의 출현’(2022년)에 이어 임진왜란의 종지부를 찍는 ‘노량: 죽음의 바다’가 던지는 질문이다. 20일 개봉하는 ‘노량’은 국내 영화 사상 최다 관객(1761만 명)을 모은 ‘명량’에 이어 ‘한산’(726만 명)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시리즈다. 1592년부터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 최후·최대의 전투인 노량해전(1598년)을 담았다.
왜군 수장 시마즈(백윤식)는 “이순신을 잡아야 이 전쟁이 끝난다”며 후퇴하지 않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명량’에서의 이순신이 용장(勇將)이라면 ‘한산’에선 지장(智將)으로, ‘노량’에서는 현장(賢將)으로 그려졌다. 김윤석은 감정을 읽어낼 수 없는 탁월한 표정 연기를 통해 현장으로서의 무게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목에 칼이 들어올 때조차 깜박임 한 번 없는 눈에선 결연함이 묻어났다. “유난히 밝게 빛나는 저 북쪽 대장별이 아니었다면 조선은 이미 명운을 다했을 것”이라는 진린의 대사는 이순신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강인해 보이던 얼굴도 죽음 앞에서는 슬픔과 죄책감으로 일그러진다. 적군의 혼령이 악귀처럼 몸에 들러붙고, 셋째 아들 이면(여진구)이 왜적에게 살해돼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을 통해 영웅 역시 한 명의 인간임을 보여 준다. 날이 밝아오고,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지자 이순신은 직접 독전고를 울리며 왜군을 추격하다 적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싸움이 급하다. 내 죽음을 내지 말라”고 담담히 말한다. 김윤석은 “전쟁이 후손에게 미칠 영향까지 내다본 이순신의 마음을 체화하는 것이 가장 힘들면서도 가슴 벅찼다”고 말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조·명 연합군과 왜군이 선상에서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거북선이 왜선을 거침없이 격파하는 장면은 목조선이 부서지는 소리가 더해지며 짜릿함을 준다. 노량해전에 거북선이 출전한 기록은 없다. 김 감독은 “후대로 갈수록 거북선이 많이 만들어졌기에 계속 재건된 것으로 보고 조선 병사에게 큰 의지가 된 거북선을 등장시켰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