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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엔 얼마나 나올지 가늠조차 안 된다.”
지난 26일 오후 8시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의 한 쪽방촌에서 만난 50대 주민 문영기(가명)씨의 한숨은 한 달 새 더 깊어져 있었다.
추워진 날씨에 4평 남짓한 쪽방에서 개별난방으로 가스보일러를 때면서 난방비가 무려 7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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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내부에는 그가 추위를 막기 위해 벽에 붙여놓은 단열재들이 한 달 전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처럼 똑같이 눈에 보였다.
당시 문 씨는 본격적으로 가스 보일러를 가동하기 전인데도 4만원이 넘는 난방비에 부담감을 크게 느꼈던 터였다.
이러한 까닭에 문 씨는 이날 수원지역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져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전기장판과 온풍기에 의존한 채 차가운 외풍과 맞서야 했다.
문 씨는 “샤워할 때 생긴 습기가 입구에서 얼어붙어 문이 열리지 않아 발로 차서 연 적이 있다”며 “쪽방촌 사람들에게 가스비가 두 배가 오른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부담이다.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보일러부터 끄게 되는 게 없이 사는 사람들의 심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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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취재진이 찾을 때도 추위를 막기 위해 여러 벌 옷을 껴입은 모습이었다.
그의 방 안에는 여러 겹으로 깔린 요 위에 전기장판이 있고, 그 위에 두툼한 이불이 덮인 잠자리와 옷장과 TV, 전자레인지 등이 전부였다.
김 씨는 “춥다고 보일러를 막 틀면 7~8만 원은 그냥 나올 텐데 추위보다 그게 더 무섭다”며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난방비가 더 올라 큰일”이라며 걱정했다.
새해부터 몰아치는 강추위 속에서 난방비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의 가계 부담이 높아지면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도시가스요금과 열요금으로 구성되는 난방비를 지난해 큰 폭으로 올렸다. 정부는 도시가스요금을 네 차례에 걸쳐서 1MJ(메가줄)당 5.47원으로 인상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65.23원이었던 열요금을 지난해 10월 89.88원으로 오르며 8개월 만에 총 37.8%를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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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경기도는 급등한 난방비로 혹한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전날 200억 원을 투입해 ‘난방 취약계층 긴급 지원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도는 6만4528개 노인 가구와 2만979개 장애인 가구에 각 20만 원을 지원하고, 18개 노숙인 시설과 ‘한파쉼터’로 쓰이는 5421개 경로당에 40만 원을 지원한다. 또 지역아동센터 786곳에도 각 40만 원의 난방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전날 자신의 SNS에 “국민들은 추위가 아니라 난방비에 떨고 있다. 국민들이 시베리아 한파에 전전긍긍할 동안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었나”라며 “한파와 난방비 폭탄으로 건강과 생존을 위협받는 도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