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MVP ‘18세 우생순’ 김민서, 20세 대표팀 언니들 조기 탈락에 처음엔 ‘우린 무너지지 말자’ 다짐… 연승에 ‘이젠 누구에게도 안 진다’ 곳곳 현수막에 사인 요청 이어져 인구 4만명 소도시 태백선 ‘핵인싸’ 내년 1월 핸드볼리그 개막 손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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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웃음).”
22일 강원 태백시에 있는 황지정보산업고에서 만난 김민서(18)는 여전히 싱글벙글했다. 김민서에게 최근 한 달간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18세 이하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인 김민서는 11일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끝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대회 첫 우승에 기여했다. 한국은 핸드볼 강국인 유럽 팀들을 연파하고 8전 전승의 ‘무패 우승’을 달성하면서 비유럽 국가 최초 우승이라는 기록까지 남겼다. 개인 득점(58점)과 도움(35개) 모두 2위를 한 김민서는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센터백 포지션인 김민서는 “‘베스트 7’에는 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세계 최고 대회에서 MVP라는 큰 상을 받게 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좋은 동료들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인구 4만 명가량의 작은 도시 태백에서 김민서는 이미 유명 인사가 돼 있었다. 황지정보산업고가 있는 황지동 일대는 물론이고 태백 시내 곳곳에 ‘세계핸드볼선수권대회 우승’ ‘MVP 김민서’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김민서는 “친구 부모님들이나 아는 분들이 내 사인을 좀 받아달라는 부탁을 주변 사람들한테서 받았다는 얘기를 할 때는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며 수줍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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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는 “언니들이 고배를 마셔 의기소침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스위스, 독일을 상대로 2연승을 하면서 ‘우리까지 무너지지는 말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이후로도 계속 이기면서 ‘이제는 누구한테도 안 진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고 대회 당시를 돌아봤다.
18세 이하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센터백 김민서가 22일 강원 태백시 황지정보산업고 체육관에서 빠른 스텝과 스윙이 장점인 자신의 슛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태백=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민서는 “핸드볼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는데 부모님 반대로 1년을 쉬다가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고 했다. ‘핸드볼만 하게 해주면 앞으로 말을 잘 듣겠다’는 손편지까지 써가며 부모님의 마음을 돌려놨다고 한다.
고교 졸업반인 김민서는 실업팀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내년 1월 개막하는 핸드볼리그에서 뛰게 된다. 김민서는 “항상 성장하는 선수가 되자는 게 좌우명이다. 앞으로도 실력을 계속 키워 내가 속한 팀의 우승과 올림픽 무대에서의 과거 영광을 재현하는 주축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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