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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尹 “극빈한 사람 자유 몰라”… 유력 대선후보 발언 맞나

입력 | 2021-12-24 00:00:0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2.22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전북대 간담회에서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를 뿐 아니라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극빈층 비하 아니냐는 논란을 샀다. 윤 후보는 “그분들을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와드려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했지만, 당내에서도 윤 후보의 잦은 실언(失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또 말실수한 것 같은데, 취지가 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 발언의 전체 맥락을 보면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자유의 신장을 위해선 기본적인 교육과 경제 역량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자유를 모르고 그 필요도 못 느낀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더욱 자유를 간절하게 느낀다. 나아가 윤 후보의 말은 자유란 마치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베푸는 시혜적인 가치인 것처럼 들린다.

윤 후보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다시 정치 초보자의 말실수라고 넘어가기엔 너무 잦은 것도 사실이다.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보다 아래 것도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의 저변엔 서민층 현실에 안이한 인식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발언 논란 뒤의 어설픈 변명과 마지못한 사과도 일을 키우곤 했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 평가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SNS에 올린 ‘개 사과’ 사진은 그 진정성을 의심케 만들었다.

정치는 말로 하는 예술이다. 국민 정서에 호소하면서도 정제된 표현으로 모두의 공감을 사는 소통의 언어를 위해 부단히 가다듬고 준비하는 것이 정치인의 업(業)이다. 더욱이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다. 듣기에 시원시원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시정(市井)의 언사는 그가 대표한다는 보수정당의 지향에도 맞지 않는다. 열광과 흥분이 아닌, 숙고와 배려를 느끼게 하는 품격 있는 언어야말로 진정한 보수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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