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 ‘COP26’ 개막]산업계 탄소중립 후폭풍〈상〉대책 없는 제조업체들
지난달 27일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사에서 한 직원이 부품을 가공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이 화사의 발주 물량이 크게 줄었다. 안산=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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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설비를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바꾸려면 300억 원이 넘게 드는데 어떻게 바꾸겠어요.”
부산 사하구 염색산업단지에 입주한 동진다이닝의 김병수 대표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산단이 발전설비를 바꾸고 싶어도 엄두를 낼 수 없는 현실을 이같이 설명했다. 산단은 발전설비를 유연탄 발전방식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방식으로 바꾸려 했지만 설비 교체 비용만 350억∼400억 원이 든다는 컨설팅 결과를 받고 교체를 망설이고 있다. 정부의 설비 교체 지원비 한도는 100억 원. 김 대표는 “탄소중립 정책이 생겼으면 정부도 추가 지원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고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줄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정안’을 확정하자 산업 현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 위기보다 더 큰 어려움이 닥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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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탄소중립 소요비용 공개해야”
정부는 이 추산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정확한 지원을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공개를 요구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유·철강·석유화학 산업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지목돼 업계에서 퇴출될 수 있다”며 “일자리 보존 방안을 마련하고 탄소중립 소요비용을 산정해 정부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선 탄소중립 정책을 이행하려면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조준상 대한석유협회 산업전략실장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정유 산업에서 약 100조 원의 전환·매몰 비용이 발생하고 2050년까지 700조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해 총 800조 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기업들은 특히 설비 비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올해 2월 중소기업 319곳을 설문한 결과 탄소중립을 준비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정개선·설비도입 비용부담’(4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 탄소중립으로 산업 구조조정 가속화
산업계는 탄소중립으로 산업 재편에 탄력이 붙자 구조조정 진통까지 앓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증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에다 탄소중립발(發) 구조조정 리스크까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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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 협동과정 교수는 “정부가 대기업과 공기업 중심으로 탄소중립 기술력을 키우고 이 기술력을 중소기업에 적극 이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지금의 중소기업 정책이나 비용 보전만으로 탄소중립을 이행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산=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