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日항의에 한때 철거 위기 맞아 소녀상 설치 미테구 중도우파 의원들 특정국가 아닌 ‘보편적 상징물’ 제안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도 처리 미뤄
23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소녀상 주변에 아시아계 여성들이 모여 16일 발생한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 희생자를 애도했다. 소녀상 주변에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는 푯말 등이 세워졌다. 사진 출처 코리아협의회 트위터
지난해 일본의 항의로 철거될 뻔했던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 ‘평화의 소녀상’을 다른 상징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구의회 내에서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테구 또한 18일 구의회가 의결한 ‘소녀상 영구 존치 결의안’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소녀상이 설치 허가 기간인 올해 9월 이후 다시 철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 등에 따르면 미테구 의원들과 구 관계자들은 10일 중도우파 자유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여성 성폭력 기억을 위한 평화의 상 공모’ 안건을 심의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표현한 ‘평화의 소녀상’ 1년 존치를 보장하되 특정 국가와 연관된 상징물이 아닌 전쟁, 테러 등이 야기하는 여성 성폭력 폐해를 고발하고 재발 방지와 여성 인권 향상의 메시지를 담은 ‘보편적 상징물’을 영원히 설치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자유민주당의 시도에 대해 녹색당, 사민당 등은 “새 상징물과 ‘평화의 소녀상’을 연관시켜선 안 된다”며 반대했다. 자유민주당 측은 다음 달 다시 회의를 열자고 맞서고 있다. 자유민주당이 추진하는 새 상징물이 들어서면 소녀상 존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 현지에서는 소녀상이 위안부 희생자 추모를 넘어 여성 인권에 대한 보편적 상징물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 여성이 희생된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23일 독일 내 아시아계 주민과 많은 일반 시민이 소녀상 앞에 모여 애도 및 항의 집회를 열었다. 앞서 8일 113주년 ‘세계 여성의 날’에도 소녀상 주변에서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행진이 있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