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지하는 나이지리아 후보… 회원국 다수, 결선투표서 밀어 美 “유명희 지지” 거부권 행사… 총장선거, 美-中간 대립으로 치달아 兪, 물러나자니 美 관계 어긋날수도… 버티자니 국제사회 비판 우려돼
WTO 선거전이 통상패권을 쥐려는 미중 간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한국 정부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2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WTO는 28일(현지 시간) “차기 사무총장 결선 투표에서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유 본부장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WTO 회원국 164개국 가운데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아프리카 국가 상당수가 오콘조이웨알라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중국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에 거액을 투자하며 공을 들여왔고, 한국보다는 나이지리아와 손잡았을 때 WTO 내 영향력을 키우기 유리하다고 판단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EU의 지지 또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일방주의’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무역 갈등을 빚는 일본은 유 후보의 낙선을 위한 물밑작업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WTO는 선호도 조사 형식으로 치르는 결선 투표 결과를 모든 회원국이 수용하는 전원합의(컨센서스)를 거쳐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1995년 창립 이후 결선 투표에서 뒤진 후보는 자진 사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선 투표에 불복해 최종 투표까지 간 전례가 없다.
WTO 최고기구인 상소기구가 미국의 반대로 유명무실화된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사무총장 선출이 마감 시한인 11월 9일을 넘겨 장기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WTO 사무총장 선거 구도가 또다시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중 등 강대국 간의 알력 다툼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미국이 유 본부장을 적극 지지하는 상황에서 결선 투표 결과를 받아들여 자진 사퇴하면 대미 관계가 어긋날 우려가 있다. 반면 회원국 합의 과정에서 역전을 노리며 계속 버티는 방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무리한 버티기로 WTO의 수장 공석 사태를 장기화하면 미국과 한데 묶여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 / 조종엽·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