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일본이 ‘세계 유일의 피폭국’임을 강조하며 다시는 이런 “참화와 고통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미군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당기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원자폭탄을 투하한지 75주년이 된 이날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에서 열린 ‘평화기념식’ 인사말을 통해 “원폭에 희생된 수많은 분들의 영혼에 삼가 애도의 뜻을 올리고, 지금도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는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베 총리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게 우리나라(일본)의 변함없는 사명”이라며 “피폭의 실상에 대한 이해를 촉진시키는 노력을 거듭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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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베 총리는 올해 기념식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국의 피폭을 불러온 2차 대전 가해 책임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매년 8월이면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 뿐만 아니라, 나가사키(長崎) 원폭 투하일(8월9일)과 일본의 2차 대전 패전일(종전기념일·8월15일) 관련 행사에 참석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일본의 전쟁 가해 책임이나 반성은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어 ‘피해자 코스프레’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2017년 7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엔 서명하지 않아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 주장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일본은 2018년 말 기준으로 원자폭탄 약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45.7톤 규모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날 기념식에서 “우리나라는 ‘비핵 3원칙’을 견지하면서 (핵무기 문제에 대한) 입장이 다른 나라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각국의 대화·행동을 끈질기게 촉구해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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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마쓰이 가즈미(送井一實) 히로시마 시장은 이날 행사에서 “(일본 정부가)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의 가교 역할을 하려면 ‘핵무기금지조약’ 가입국이 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매년 히로시마 평화기념식 행사엔 피폭자와 유족·시민 등 약 5만명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때문에 약 800명으로 제한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