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데가 아니라 걱정한 데로 가는 집값 틀어막는 것이 능사 아니고 물 흐르듯 해야
김광현 논설위원
결국 김 부총리는 다음 달인 3월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94.49m²)를 시세보다 1억5000만 원 낮은 급매로 23억7000만 원에 팔았다. 최근 해당 아파트의 시세는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실거래가 기준으로 35억 원이다. 김 부총리는 그해 9월 물러났다. 가정이지만 6개월만 집을 안 팔고 버텼더라면 최소 11억 원의 금전적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택 처분 권고에도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들을 향해 “공직자들이 솔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의 전례도 있고 보면 팔자니 더 오를 것 같고, 안 팔자니 미운털이 박힐 것 같고 당사자와 부인들에게는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집값 하락이 확실하고 반등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면 판단력 빠른 청와대 참모들이 비서실장이나 국무총리가 팔지 말라고 해도 팔 것이다. 집 파는 행위가 마치 희생인 듯 솔선수범을 보이라고 재촉하는 것이 당분간 집값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신호로 읽힐지도 모르겠다.
최근 항간에 청와대와 여당에 미운털이 박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경제 문외한이 경제 사령탑이 된 적이 한 번도 없기에 말도 안 되는 괴담(怪談)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후 김 장관이 잇따라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의 부족한 점을 손봐야 할 점이 있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괴담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아무리 실세 장관이라고 해도 주택의 수급을 담당하는 국토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제치고 세제를 직접 거론하는 건 드문 일이다. 보유세 인상에 이어 분양가상한제, 은행 대출 금지, 거래허가제까지 나온 마당에 사실상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경제 초보지만 집값만은 잡겠다는 김현미 장관을 경제부총리에 앉힌다고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골프 유머에 ‘프로는 본 데로 공이 가고, 아마추어는 친 데로 가고, 초보는 걱정한 데로 간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마치 부동산대책에 대한 현 정부의 의욕 과잉과 이에 비해 결과는 반대로만 나오는 초보 실력을 빗댄 말 같다.
정치는 몰라도 경제는 우격다짐으로 될 일이 아니다. 나라 경제에 부동산밖에 없다면 모르겠으나 한쪽에서 무리하면 다른 한쪽에서 반드시 부작용이 터지기 마련이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시장이 따라주지도 않는다.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잘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이 치수(治水)의 기본이고 나아가 세상 이치라면 부동산대책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