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찰리 맥커시 글, 그림·이진경 옮김/128쪽·1만8000원·상상의힘
거친 들판에 홀로 있던 소년은 두더지를 만난다. 아주 작은 두더지에게 소년은 말한다.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성공이 무엇인지 묻자 두더지는 답한다. “사랑하는 것.”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케이크를 먹으며 힘을 얻는 두더지. 소년에게 주려던 케이크도 먹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가장 쓸데없는 일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이며 나이 많은 두더지들은 자신의 꿈보다 내면의 두려움에 더 많이 귀를 기울였다는 것을 후회한다고.
둘은 덫에 걸린 여우를 구해주고, 말을 만난다. 그렇게 넷이 된다. 말은 이야기한다. 자신이 했던 가장 용감한 말은 “도와줘”였으며 스스로가 정말 강하다고 느낀 건 약점을 대담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때였다. 상처를 지닌 여우는 자신의 얘기를 좀처럼 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말이 계속 나아가야 할 이유를 묻자 조심스레 입을 연다. “너희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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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나아가기만 해도 대단한 일이며 가장 심각한 착각은 삶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감당할 수 없는 큰 문제가 닥쳐오면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기,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은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깊은 성찰과 위안이 담긴 글에 문득 멈춰 서서 지금껏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마음이 거칠어지고 메마를 때, 머릿속이 복잡하고 지칠 때면 책장을 한 장씩 넘겨보게 될 듯하다. 맑은 기운을 한껏 불어넣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