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브라이트 전 보건복지부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 © 뉴스1
뉴욕타임스(NYT) 등은 릭 브라이트 전 보건복지부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54)이 21일 성명을 통해 인사보복 사실을 폭로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의 선물’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등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쓰려는 것을 반대하다 좌천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갑자기 국립보건원(NIH) 부차관보 발령을 받았다는 브라이트 전 국장은 “정치적 연줄로 홍보된 위험한 약물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지도부와도 마찰이 있었다”며 “정치와 정실 인사를 과학보다 우선하면 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망친다”고 강력히 질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만병통치약처럼 홍보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그는 자신의 부당 인사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워싱턴 백악관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을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올해 겨울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동시 유행을 경고한 레드필드 국장의 발언을 두고 ‘주류 언론이 잘못 인용한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반면 레드필드 국장은 “발언은 정확히 인용됐다“고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 발언이 자신의 조기 경제정상화 방침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여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가짜뉴스가 자신의 발언을 잘못 인용했다는 성명을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단에 선 레드필드 국장은 “대중들에게 독감 백신을 맞으라고 강조하려 했다”고 언급했다. 인터뷰 발언을 부인하지 않은 채 방점이 다른 곳에 있었다며 대통령의 주장을 완곡히 거부한 셈이다.
낸시 메소니에 CDC 면역호흡기질환 국장 역시 2월 26일 코로나19의 미국 내 대유행을 경고해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당시 인도 순방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메소니에 국장의 발언 후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격분했다. 미국 환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보건당국자의 선제적 언급이 주가 하락을 이끌어 자신의 재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WSJ은 이 사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메소니에 국장을 배제한 채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코로나19 총책임자 자리를 맡겼다고 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