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차로 인식되던 SUV의 진화… 첨단장치 기본 장착도 인기 한몫 소형모델 셀토스-XM3 등 불티 준중형 아반떼, 가성비 높아 장수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는 3000만 원 미만의 가격에 넓은 공간 등의 장점을 앞세워 국내에서 ‘가성비 좋은 SUV’ 시대를 열었다(왼쪽). 세단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준중형급 ‘아반떼’가 넉넉한 실내 공간과 첨단 안전 기능을 앞세우며 기존 소형 세단들을 밀어내고 있다. 동아일보DB
○ 소형 SUV가 이끄는 콤팩트카 전성시대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조 씨 같은 소비자들은 이미 업계의 큰손이 됐다. 이들은 마트에서의 쇼핑, 야외 캠핑이 늘어나면서 짐을 많이 싣거나 사람이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탈 수 있는 차를 찾는다. 하지만 큰 크기는 부담스러워한다. 이를 겨냥해 나온 것들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한 완성차 회사 관계자는 “최근의 소형차 시장은 SUV가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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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도 소형 SUV가 주름잡고 있다. 1월 출시된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가 호평 속에 3월에만 3187대 팔리며 이 회사의 3월 최다 판매 차량이 됐다. 르노삼성자동차는 3월 9일 출시한 ‘XM3’가 3월에 5581대 판매되며 다른 차종을 압도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3월 말까지 XM3의 계약 대수는 1만7263대에 달한다”며 “전체 계약자 중 20대와 30대가 45.7%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수입차에 세단에서 열세를 보였던 이 업체들이 SUV에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 ‘가성비 좋은 큰 차’에 세단도 준중형 주목
SUV가 소형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세단은 가장 작은 것이 ‘준중형’ 모델이 된 지 오래다. 현대차는 장수 모델이었던 엑센트를 지난해 7월까지만 생산하고 단종했다. 기아차의 프라이드, 한국GM의 아베오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자리는 현대차의 준중형 모델 아반떼가 차지하고 있다. 소형 세단보다는 큰 걸 원하지만, 소형 SUV는 부담스러운 세단 선호 운전자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지난달 25일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 대 계약을 돌파한 건 이와 같은 대기 수요가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소형 SUV와 아반떼를 찾는 사람들은 “큰 부담 없이 공간이 널찍한 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선택의 이유를 말한다. 르노삼성차 XM3는 트림(선택 품목에 따른 등급)이 가장 낮은 차량은 1719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최상위 트림도 2532만 원에 그친다. 3000만 원이면 세금과 부대비용 등을 모두 더해도 충분히 세단보다 큰 차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와 쌍용자동차 티볼리는 물론이고 아반떼도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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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관련한 우려도 불식됐다. 얼마 전까지 고급 차종이거나 별도 옵션이 아니면 소형차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첨단 안전장치가 이제는 기본이 됐다. 셀토스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유지 보조, 차선 이탈방지 보조(LK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기능을 모든 트림에서 제공한다. XM3는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EPA)과 360도 주차 보조 시스템을 넣어 초보 운전자의 주차 부담도 덜었다. 아반떼는 준중형 세단 최초로 전방의 차량, 보행자 등과의 충돌이 예상될 때 자동으로 제동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새로 등록된 중형 이하 SUV는 47만683대로 1년 전보다 12.4% 늘었다. 중형 세단은 8.4% 줄어들며, 11.3% 감소한 소형 세단(경차 포함)보다는 선방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소형 SUV가 기존 소형 세단의 수요를 흡수하면서 ‘가성비 좋은 큰 차’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