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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물 설계에 주민의견 더 담아야”

입력 | 2019-10-21 03:00:00

‘마을 만들기’ 학생공모전 수상자들, 졸업후에도 도시재생 적극 활동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후암가록’의 모습.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 제공

‘둥글고 두꺼운 큰 바위가 있던 곳’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한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는 청년들이 함께 모이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을 수 있는 ‘후암주방’. 책을 빌리거나 읽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후암서재’. 영화를 볼 수 있게 대형 스크린을 갖춘 ‘후암거실’. 오래된 동네 주택의 도면과 사진을 전시해 놓은 ‘후암가록’.

이 공간들은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도시공감)가 후암동에 자리를 잡은 뒤 해온 ‘집밖으로 나온 공유공간’ 사업들 중 일부다. 도시공감은 올해로 10회를 맞은 서울시 주최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학생공모전’(학생공모전)에서 수상한 이준형 씨(34)와 정지혜 씨(37·여) 등 30대 건축가들이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소다.

이 씨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한참 진로를 고민하던 3학년 때 교수님의 프로젝트를 돕다가 건축이 신축이나 재건축 같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소수만 이용하는 높은 건물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건축을 하고 싶어 공모전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외국인과 함께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1회 학생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그는 2014년 말 도시공감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구로구 개봉3동의 마을회관을 바꾸는 아이디어(동아일보 10월 8일자 A18면 참조)를 냈던 정 씨도 합류했다.

도시공감은 건축사사무소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낸 용역을 수주해 설계하는 일반 건축사사무소와는 조금 운영 방식이 다르다. 이들은 설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자주 소통한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하기보다는 주민들의 편의성, 효율성을 최대한 고려해 설계한다. 이 씨는 “주방도 최신 유행 스타일이 아니라 주민들 요청에 따라 바닥에 물이 잘 빠지고 스테인리스 재질을 사용하는 등 실용성을 최대한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공모전에 응모할 때는 주민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이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이제는 주민의 의견을 건축설계에 반영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공모전 수상 경험이 도시공감을 출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학생들의 참신한 생각을 건축에도 더 많이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