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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로 인한 불안은 비통한 마음을 낳기 쉽다. 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이 상황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는 노력이다.”-알랭 드 보통, ‘불안’
그는 쥐꼬리만큼 버는 집안에서 태어나서 ‘소꼬리’ 정도는 버는 사람이 되었지만 늘 불안하다. 그는 절대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가난했던 유년 시절, 부잣집 아이와 비교당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고 자신의 미래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에 좌절했다. 당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란 상위 1%의 성적으로 일류대에 들어가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국가가 인정하는 고급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감내해야 할 것은 수 없이 많았다. 잠을 줄이는 건 물론 공부에 방해가 될까 친구도 가려서 사귀었고 남들 다하는 연애도 미룬 채 앞만 보고 달렸다. 피나는 노력 끝에 결국 그는 아버지의 쥐꼬리 시대를 넘어 소꼬리 시대를 일궈냈다.
하지만 그는 늘 불안하다. 갑자기 암에라도 걸려 이 지위를 잃게 되면 어쩌나 싶어 몇 달에 한번은 건강검진을 받는다. 가족 중 누구라도 사고를 당할까봐 늘 안부를 물으며 노심초사한다. 또한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좌천이라도 당할까 봐 자존심까지 다쳐가며 상사에게 마음을 쓴다. 동료는 물론 후배에게까지 인심을 잃지 않으려고 마음에도 없는 친절을 베푼다. 이렇게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그는 한날한시도 불안에서 놓여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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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신부(천주교수원교구 기산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