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차 경제보복]
주말 잊은 ‘소재부품 지원센터’ 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소재부품 수급 대응 지원센터’에서 토요일임에도 직원들이 나와 회의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대응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주로 1∼3차 협력사와 함께 일본에서 수입하는 소재나 부품이 있는지 전수조사와 함께 지난달부터 핵심 소재 재고 확보에 나선 상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아예 국산화 및 다변화 태스크포스(TF) 등을 꾸려 일본산 소재를 대체할 국내외 업체를 찾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본의 1차 수출 규제 당시에는 3개 품목(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영향만 체크하면 됐다. 지금은 일본의 1194개 품목과 우리 제품에 들어가는 일본산을 대조해 가는 전수조사를 끝냈고, 현재 재고 확보와 대체 가능 제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 “90일 버텨 보자” 재고 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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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차 수출 규제에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업계는 블랭크마스크, 웨이퍼 등 핵심 재고량을 급격히 늘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품목당 최대 90일의 수출 허가 기간을 가정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 재고를 축적한 상태다”라며 “문제는 90일이 넘어도 일본 소재가 들어오지 않으면 최악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처음 불거진 지난달 초부터 협력업체(부품사)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수소자동차 수소연료탱크에 들어가는 탄소섬유에 효성첨단소재 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대체가 일부 가능하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경제는 현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별개로 주요 기술에 대한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 “생산라인 가동 중단” 검토도
경기 침체에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겹치자 아예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국내 최대 공작기계 회사인 두산공작기계는 최근 1차 협력사 30여 곳과 함께 사실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11, 12월 중 생산라인 가동 중단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작기계 제작에 쓰이는 필수 부품 ‘수치제어반’을 대부분 일본 기업 ‘화낙’에서 들여올 만큼 일본 의존도가 높은데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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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일본이 수치제어반 관련 수출 규제를 시작한다면 국내 업체들로서는 대체재를 마련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수치제어반은 기계의 ‘뇌와 신경전달 장치’에 해당할 만큼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서동일 dong@donga.com·김도형·지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