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선거 다음 날 취임’은 그리스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로 평가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및 2010년 남유럽 재정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는 지난해 8월에야 약 8년에 걸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재정 지출 등에 있어 채권단의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다.
치프라스 전 총리는 채무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1월 ‘긴축 거부’를 주창해 그리스 사상 최연소 총리가 됐다. 하지만 집권 후 ‘현실의 벽’을 절감한 그는 채권단의 강력한 요구를 받아들여 긴축 정책을 폈다. 이 과정에서 세금이 크게 오르고 재정 지출이 대폭 삭감됐다. 국민들의 월급 및 연금 수령액도 약 3분의 1 감소했다.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자 경제 규모는 약 25% 줄었고 일자리 감소도 심해졌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그리스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은 각각 20%, 40%대다. 7∼8%인 유럽 평균 실업률보다 월등히 높다. 2010년 이후에만 약 35만 명의 청년이 이민을 떠났고 민심 이반도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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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선거 결과를 두고 ‘그리스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대신 일자리와 경제를 선택했다’고 평했다. 4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던 치프라스 전 총리의 재집권 실패는 물론이고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했던 극우 황금새벽당도 3% 미만의 득표율로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미 CNN은 “그리스는 지난 10년간 유럽에 포퓰리즘을 가져온 첫 번째 나라였지만 이번 선거로 유럽 내 ‘극단적 포퓰리즘 종말’의 시작을 알렸다”고 진단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